중국發 흑사병 공포…감염국 여행때 주의해야
중국에서 폐 페스트(흑사병)에 감염된 두 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이들은 페스트가 풍토병으로 분류된 네이멍구 자치구 거주자다. 베이징 여행을 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으로 페스트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늘었다. 전강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최근 페스트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해외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병”이라고 했다. 다만 북미 및 중국 내륙 지역에서는 페스트 발병 사례가 종종 보고되기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감염돼 생기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 전파된다고 알려졌다. 쥐 등 작은 포유동물과 접촉해 감염되는 사람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사망하면서 역병으로도 불렸다. 패혈성 페스트 환자의 손끝 및 발끝 등의 조직이 죽으면서 까맣게 변해 흑사병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과거 대유행한 뒤 사망자가 많았던 질환인 데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흔치 않다 보니 페스트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페스트는 지금도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2015년 세계에서 3248명이 페스트에 감염돼 584명이 사망했다. 이 중 92% 정도 환자가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다가스카르에서 감염됐다. 2017년 8~11월에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대규모로 유행했다. 2417명의 환자가 감염돼 209명이 사망했다.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에서 페스트에 감염된 환자는 31명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환자가 한두 명씩 보고되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는 길고양이에 물려 페스트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올해 몽골에서 설치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에 감염된 뒤 사망하기도 했다.

페스트는 세균 감염병이다. 중세시대 사망자가 많았던 것은 세균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예방 백신은 없지만 감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있다.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이다. 감염돼 증상이 시작된 지 이틀 안에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페스트에 걸리면 갑자기 열이 난다. 감염 형태에 따라 림프절·폐·패혈성 페스트로 구분된다. 대개 1~7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시작된다. 폐 페스트는 평균 잠복기가 1~4일로 조금 짧다. 38도 이상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폐 페스트는 폐렴 증상과 객혈 등도 많이 호소한다. 패혈증 페스트는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다 급성 호흡부전 쇼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림프절 페스트는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50~60% 정도다. 폐 페스트와 패혈증 페스트는 30~100%로 매우 높다. 하지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페스트는 야생동물과 접촉하거나 야생동물 사체를 만져 감염된다. 환자에게서 나온 고름 등 체액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폐 페스트는 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퍼진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와 미얀마 베트남 인도 중국 몽골 등 아시아, 브라질 페루 미국 남서부 등 아메리카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이곳을 여행한 뒤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