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화살머리고지 방문…지난 6월 만난 장병들 건의에 현장 찾아
"한반도 상황 변화하면 군사분계선 넘어 유해 함께 발굴할 것"
이총리, 유해발굴현장서 "최후의 한분까지 모시는 게 도리"(종합)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 현장을 찾아 "최후의 한 분까지라도 모시는 것이 생명을 걸고 지키신 나라에서 태어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후대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철원군 5사단에 도착한 뒤 방탄조끼와 야전잠바, 철모를 갖춰 입고 DMZ 내 감시초소(GP)로 이동했다.

이 총리는 이곳에서 이상철 5사단장으로부터 유해발굴 경과를 들으며 전시된 유품들을 살펴봤다.

이어 GP 지상층에 있는 '프랑스군 전적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전적비는 1952∼1953년 당시 화살머리고지 일대 전투에 참전한 프랑스 장병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이곳에서 차를 타고 인근의 유해발굴현장으로 다시 이동해 발굴 중인 유해 앞에 헌화했다.

이어 호국영령들에 대해 경례를 한 뒤 묵념했다.

현장 유해 중 한 구는 머리, 가슴, 골반, 다리뼈 등을 모아 놓아 누워 있는 모습처럼 보였고, 다른 한 구는 오른팔과 다리뼈 등이 남아 있는 유해였다.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이들 유해에 대해 "유해 바지 주머니와 가슴 부분에 군번줄이 남아 있어 국군으로 식별이 가능했다"며 "전투화 문양도 피아 식별 단서"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유해발굴감식단과 5사단 장병들에게 "화살머리고지에서만 지난해 13구, 올해 245구 등 총 258구가 발견됐다"며 "자랑스러운 성과다.

내년엔 예산이 늘어나게 되니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이 변화하면 군계분계선(MDL)을 넘어 (남북이) 유해를 함께 발굴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국, 프랑스 할 것 없이 공동작업과 발굴, 확인, 송환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총리, 유해발굴현장서 "최후의 한분까지 모시는 게 도리"(종합)
또한 "(여러분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며 "다만 유해발굴 현장에 지뢰가 많으니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지난 6월 17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실무자들과 유해발굴 전사자 유가족 등 20여명을 서울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당시 오찬에서 현장을 방문해 달라는 장병들의 건의를 수용해 이뤄졌다.

방문에는 박재민 국방부 차관, 최병환 국무1차장 등이 함께했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전쟁 당시 격전이 벌어졌던 '철의 삼각지' 전투지역 중 하나로, 이곳에서 1951년 1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국군·미군·프랑스군과 북한·중공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국방부는 이 일대에 국군 전사자 250여명, 미군·프랑스군 전사자 100여명 등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공동으로 화살머리고지 일대 유해 발굴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지난 5월 1일부터 우리 군이 단독으로 지뢰 제거 작업과 전사자 유해발굴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유해 1천937점, 유품 약 5만2천여점 등을 발굴했다.

군은 지난달 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유해 발굴을 잠정 중단했다가 이달 4일 재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