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사퇴 한 달 만에 피의자로
수사 79일 만에 검찰에 소환
8시간 내내 입 다문 조국 "해명 구차하고 불필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사퇴 한 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검사의 신문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은 채 진술을 거부했다.

조 전 장관은 14일 변호인을 통해 “나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가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 전 장관이 계속 진술을 거부할 경우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시간 내내 입 다문 조국 "해명 구차하고 불필요해"

조국, 진술거부권 행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35분께 조 전 장관을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검사의 질문에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날 조사는 8시간 만인 오후 5시30분께 종료됐다.

조사가 끝난 직후 조 전 장관 측은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런 조사를 받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나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의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만큼 괜히 잘못 진술했다가 나중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고 재판에서 바로 유무죄를 다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질문에 진술하지 않을 수 있으며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판사가 양형을 따질 때 수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어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 진술거부는 과거 공안사범들이 주로 사용하던 수법”이라며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된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검찰이 자신을 표적수사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檢 “추가 소환 필요해”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소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방대해 물어볼 사항이 많은 데다 사건의 핵심인 그의 진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에게 적용된 15개 혐의 중 상당 부분을 공모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 외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지급 관련 뇌물수수 의혹과 웅동학원 허위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이 당초 조 전 장관 소환에 대비해 작성한 질문지만 100여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전 장관이 다음 조사 때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의 소환 횟수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애초 수사팀도 조 전 장관 입에서 의미있는 진술이 나오길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환은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에 앞서 절차적 수순을 밟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추가 기소된 정 교수의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등 사건은 원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에 배당됐지만 법원이 추가 기소 사건을 경제 전담인 형사합의25부에 배당하면서 기존 사건도 해당 재판부로 재배당했다.

이인혁/신연수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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