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거짓광고 실증책임 환경부에 떠넘겨"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 "공정위, 늑장대처로 과징금 못 물어"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재조사할 당시 처분시효가 임박했음을 알고도 소홀히 처리해 결국 과징금 소송에서 업체들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은영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너나우리' 대표와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분시한이 2016년임을 인지했음에도 공정위가 적극적 증거확보를 미룬 채 관련 업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가 작년에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등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했다는 공정위 전산처리 내역과 공정위 의결서,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증언록, 관련 판결문 등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1년 10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다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2016년 5월 피해자들의 신고로 2차 조사에 착수했으나 역시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김상조 전 위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 8월 환경부의 위해성 인정 자료를 통보받고 재조사해 지난해 3월 뒤늦게 관련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시효가 남았다"고 주장했다.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별개이므로 처분시효는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뒤인 2021년 5월까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애경산업 등은 시한이 지났다며 행정불복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인정해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며 과징금 처분을 줄줄이 취소했다.

공정위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유 전 심판관리관은 "공정위는 2021년 5월까지는 추가 위해성만 입증되면 처분이 가능한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해왔다"며 "사실상 패소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와 유 전 심판관리관은 "공정위 말대로라면 처분시효는 신고인만 다르면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뜻이고, 공정위는 기업의 거짓광고 실증 책임을 환경부 책임으로 떠넘겼다"며 답변을 공정위에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