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원인 발표하는 환경부/사진=연합뉴스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원인 발표하는 환경부/사진=연합뉴스
장점마을을 덮친 집단 암 발병은 발암물질을 제대로 배출하지 않은 비료공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가진 '장점마을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인근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생간의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첫 사례다.

환경부에 따르면 장점마을 주민들은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이 들어선 2001년부터 2017년까지 97명의 마을 주민 중 22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일반지역 암 발생률보다 1.99배 높은 수치다. 담낭 및 담도암은 15.24배였으며 피부암은 11.6배였다. 조사와 별도로 주민들은 피부질환이나 우울 증상, 인지기능 저하 등도 호소하고 있다.

마을 주민 자체 암 발생 인원은 30명, 익산시 집계는 26명으로 환경부 결과보다 더 높는 점에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 뿐 아니라 저수지의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기도 했다. 연초박이 인간은 물론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금강농산은 2009∼2015년 TSNAs가 함유된 연초박을 KT&G 신탄진공장 등에서 무려 2000t 넘게 반입했다. 금강농산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가열 과정을 진행했고, 발암물질이 휘발돼 주민에게 영향을 끼쳤다.

비료 제조 과정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은 연초박에 함유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이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에 함유된 NNN(Nicotine-nitrosamine nitrosonornicotine)과 NNK(N-nitrosamine ketone)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간암과 식도암, 자궁경구암 등을 일으킨다. 또한 또 다른 함유물질인 벤조피렌은 폐와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이 같은 결론에 도출되자 장점마을 주민들은 해당 업체는 물론 관리 감독 소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북도와 익산시를 질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가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입장 밝히는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입장 밝히는 '암 집단 발병' 장점마을 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연초박을 판매한 후 KT&G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KT&G 측은 "연초박은 식물성 성분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업체와 가열처리 공정 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사후 관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익산시는 2015년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 측은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썼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는데) 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익산시는 10여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강력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2017년 4월 가동이 중단됐다가 비료관리법 위반 사항 등이 확인되면서 같은 해 말 폐쇄됐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 역학조사에 착수한 이후 지난 6월 중간발표에 이어 2년만에 비료공장이 암 발병 주범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냈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서는 안되며 국가가 어떤 책임 있는 대책을 추진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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