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기준으로 SKY 출신 비중이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인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 대학 분석’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매출 기준, 금융회사 제외)의 대표이사 CEO 1328명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은 391명(29.4%)으로 조사됐다.서울대 출신이 202명(15.2%)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101명·7.6%), 고려대(88명·6.6%)가 뒤를 이었다. SKY 출신 CEO 비중은 2007년 59.7%에서 2010년 43.8%, 2013년 39.5%로 계속 감소했다. 30% 선이 깨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SKY 대학 외에는 한양대 출신 CEO가 8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균관대 38명, 중앙대 31명, 부산대 30명, 한국외국어대 28명, 인하대 27명, 서강대 25명, 영남대 23명, 경희대와 경북대 각 22명이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과거에는 명문대 출신이 유능한 인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능력 중심의 인재선발 시스템이 정교하게 안착하면 ‘탈(脫)학벌’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CEO 돌풍’도 눈에 띄었다. 2010년 43%였던 이공계 출신 CEO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51.6%에 달했다.대기업 CEO들의 전공 학과는 여전히 경영학과가 가장 많았다. 경영학과 출신 CEO는 21.5%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CEO가 25명으로 단일 대학 학과 중에서는 가장 많았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딸 조 모(28)씨에 대한 고려대·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대한 입학 취소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검찰이 정 교수 공소장에 딸 조 씨를 입시비리 공범으로 썼지만 13일 고려대는 "공소 내용에 고려대 학부입시 관련 사실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입학 취소 절차에 돌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조 씨가 졸업한 고려대는 검찰 수사 결과 입시 전형 때 조씨로부터 3개의 허위·위조 스펙을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는 지난 8월 단국대 논문 제1저자 논란이 불거지자 "논문 작성 과정 등에 하자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씨에 대한 조사 절차에 돌입 후 입학 취소도 가능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고려대는 학사운영규정 8조를 근거로 들며 논문 작성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면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를 열어 당사자의 소명을 받은 후 심의 과정을 거쳐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막상 대한 병리학회가 해당 논문을 취소하자 고려대는 "검찰에서 수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규정에 따라 5년마다 입시 관련 자료를 삭제해 조씨와 관련해 들여다볼만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고려대는 또 다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학 취소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검찰은 정 교수가 딸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딸이 한 차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에서 탈락하자 아들(23)의 상장을 이용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뒤 의전원 입시에 쓰기도 했다고 공소작에 적시됐다.12일 정 교수의 추가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다니던 딸은 2013년 3월 차의과대학 의전원 우선선발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정 교수는 위조한 동양대 영재교육원장 영어영재교육센터장 명의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내고도 떨어지자 총장 명의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검찰은 진단했다.정 교수는 같은 해 6월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 때 아들의 동양대 총장상을 스캔해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냈다. 이후 상장 서식 한글 파일에 딸의 이름과 인적사항 등을 적은 뒤 직인 이미지를 아래에 붙이고 컬러 프린터로 출력했다.딸은 이 위조된 표창장을 사용한 그해 서울대 의전원 수시모집에서 1차 서류전형은 합격했지만 2차 면접전형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 9월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대학 연구소 등에서 허위 인턴 경력을 쌓는데는 정 교수의 인맥이 총동원됐다.정 교수는 대학동창으로 친분이 있던 공주대 김 모 교수를 찾아가 대학 진학을 위한 인턴 경력을 부탁했다.조 전 장관의 딸은 한영외고 시절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5~7월에는 한 달에 1~2번 정도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 접시에 있는 물을 갈아주는 등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체험활동을 했다.정 교수는 대학 이어 김 교수 부탁해 딸이 국제조류학회에 발표될 논문 초록에 3저자가 될 수 있게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썼다. 관련 연구나 실험에 딸이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명의의 허위 체험활동확인서를 받았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이다.정 교수는 다양한 허위 스펙을 활용했음에도 딸이 합격하지 못하자 인턴 활동의 성실성 등을 강조할 목적으로 허위 확인서 내용 중 인턴 활동의 총 시간을 강조하고 성실성 문구 등을 추가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검찰은 정 교수가 남편의 지위·인맥 등을 활용해 딸이 일반 고등학생들이 접근하기 힘든 전문적인 논문 저자 등재, 국책 연구기관 인턴 등 허위 경력사항(스펙)을 갖춰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 시 활용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봤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전날 정 교수를 추가기소하며 업무방해 등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6개 혐의를 적용했다. 딸도 공범으로 적시됐다.공소장 공개 이후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검찰이 기소한 공소장에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있고, 법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며 "진실은 법정에서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탄압이 거세진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도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과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에서도 ‘홍콩 사태’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 발생하면서 대학가 전체로 확산되는 모양새다.12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홍콩 시위 지지자들의 대자보가 훼손된 사태에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정경대 후문에 부착된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란 대자보를 세 차례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학생회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탄압하는 비겁한 행위를 중단하라”며 “대자보 훼손이 반복되면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오히려 “홍콩 시위는 폭력 난동”이라고 맞섰다. 이날 ‘고려대 중국 유학생모임’은 해당 대자보가 있는 옆자리에 ‘홍콩 시위 민주인가 폭행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홍콩 시위를 규탄했다.대자보가 붙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은 이날 오후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중국 유학생은 ‘홍콩 시위의 본질은 테러리즘’ ‘홍콩은 중국 영토’ 등의 내용을 담은 메모를 붙여 중국 정부를 지지했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같은 장소에서 홍콩 시위 지지 서명운동을 벌였다. 중국인 학생은 한국인 학생에게 “홍콩 시민도 아니면서 왜 홍콩을 지지하냐”고 묻는 등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은 이날 연세대 백양관 전면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세 번째 현수막을 설치했다. 앞서 이들이 설치한 현수막들은 중국인 학생으로 추정되는 무리에 의해 두 차례 무단 철거된 바 있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도 지난 11일 교내 중앙도서관 앞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침묵 시위’를 벌였다.학생모임은 이달 23일 연세대, 부산대, 숭실대 등 대학연합과 함께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 부근에서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