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조국 옹호'
에둘러 비판한 문무일

퇴임 후 첫 외부 특강
"참모는 권력눈치 안보고
쓴소리 할 줄 알아야"
"사건 옳고 그름 따지지 않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선 안돼"

문무일 전 검찰총장(사진)이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자기 진영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더 우선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참모의 역할’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것이 당장은 불리해도 나중에 역사적 평가를 받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총장(사법연수원 18기)은 지난 8일 한국법학원 주최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선 말기 당쟁 역사를 정리한 ‘당의통략’을 인용하며 “조선 말기 벌어진 현상은 어떤 사건의 진상, 즉 옳고 그름보다 자기 진영에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 선의의 결과(검찰개혁)를 위해서라면 과정에 흠(일가 비리)이 있어도 된다며 조 전 장관 측을 비호해온 여권 일각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전 총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려대와 우석의대 합병을 관철한 당시 문교부 장관과 왕의 명령을 거스르면서까지 왕 주치의의 전횡을 엄단했던 조선시대 고관직 한성판윤 권엄의 사례를 들며 “참모는 이런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신을 지키다 보면 당장 경질되거나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결국 대통령도 왕도 인정하고 역사도 평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대통령 측근(조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여당 측으로부터 ‘배신자’로 몰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원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욕을 먹고 견디는 것도 실력”이라며 “공직자는 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퇴임 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연수 중인 그는 최근 모교인 고려대로부터 디지털포렌식(PC, 휴대폰 분석을 통한 범죄 증거 확보) 관련 석좌교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일시 귀국했다. 그는 11일 교수 임명장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