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매입형유치원 한 곳 학부모 70% '공립전환 반대'로 뒤늦게 취소 신청
도교육청, 반려했으나 강제전환 근거 없어…내년도 원아모집 차질 빚을 듯


경기도교육청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매입형유치원(사립유치원 건물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모집했다가, 결국 학부모 반발로 유치원 한 곳이 선정 취소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8월 매입형유치원으로 선정된 용인의 A 유치원으로부터 지난달 31일 '선정 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10일 밝혔다.

A 유치원은 내년 3월 공립유치원으로 바뀔 예정이었으나, '재원생 학부모 70%가 전환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학부모 모르게 선정한 매입형유치원, 결국 취소 신청 '뒤탈'
도교육청은 유아교육 공공성 확립 방안으로 올 5∼ 9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도내 원아 200인 이상 규모의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매입형유치원을 모집했다.

모집 결과 90개가 넘는 유치원들이 지원했고, 1차에서 9개원과 2차에서 6개원이 선정됐다.

도교육청은 이들 유치원을 내년 2월 폐원하고 3월 공립으로 전환해 개원할 것을 목표로 선정된 유치원들과 부지 및 건물 매입가 감정평가도 마쳤다.

공립 전환에 들 예산 730억여원도 내년도 본예산안에 반영한 상태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매입형유치원 선정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선정 과정이나 결과를 제때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당장 내년부터 공립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한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부랴부랴 지난달 설명회를 열었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급기야 A 유치원은 학부모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만 3∼4세반 학부모 134명 중 70%가 사립 유지에 찬성함에 따라 도교육청에 매입형유치원 선정을 취소해달라고 한 것이다.
학부모 모르게 선정한 매입형유치원, 결국 취소 신청 '뒤탈'
도교육청은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정부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1년까지 40%로 높이려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고, 취소요청 사유인 학부모 의견수렴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니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유치원이 끝까지 공립 전환을 거부하면 손쓸 방안이 없어 "원장과 학부모들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또 도교육청은 "사업 시행 첫해이다 보니 다소 시행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현재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예비 학부모에게까지 미치게 됐다.

내년도 유치원 원아 모집이 벌써 시작됐는데, 매입형유치원 취소 문제가 불거지자 도교육청이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에서 A유치원을 검색할 수도 없게 '보류'해 놨기 때문이다.

A 유치원과 학부모운영위원회는 선정 취소 신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운영위원장 장모씨는 "두 기관이 아직 계약서나 확약서에 서명하지도 않았고 모집 공고문에도 '진행과정에서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모르게 선정한 매입형유치원, 결국 취소 신청 '뒤탈'
이어 "유치원 원장은 여기에 지원할 생각도 없었는데 지역교육청 담당자가 '지원자가 너무 없어서 그러니 그냥 서류만 한번 내보시라. 확약서 서명하기 전에 취소할 수 있다'고 해냈다더라. 그런데 이제 와 교육청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립에는 없는 특화된 교육을 받으려고 사립을 선택해 왔는데, 우리들의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결정해 놓고, 법적 근거도 없이 취소도 못 해준다고 한다.

이미 교육청과 학부모 간 신뢰 관계가 깨졌는데 어떻게 믿고 자녀를 맡기겠느냐"고 지적했다.

A 유치원 학부모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유치원처럼 확약서에 아직 서명하지 않은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우리와 비슷한 문제가 또 있을지도 모르는 데 교육청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손놓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