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이찬희 군 몽골 외갓집 방문기…"가정배경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엄마 나라 몽골 친구들과 '손흥민' 화제 삼아 소통했죠"

"몽골 친구들이 우리나라 축구에 관심이 정말 많더라고요.

손흥민을 비롯해 한국 축구 선수 이름도 꽤 많이 알고 있고요.

축구라는 똑같은 흥미 거리로 소통하고 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죠"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 엄마의 나라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머나먼 곳'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몇 년에 한 번 외갓집을 찾는 데다, 특히 이런 기회를 자주 얻는 가정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9월 다문화종합복지센터가 진행한 '엄마나라 몽골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몽골에 다녀온 인천 청학공업고등학교 1학년 이찬희(17) 군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모 없이 몽골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문화 탐방 겸 봉사 활동을 위해 몽골에 갔다오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무척 좋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문화종합복지센터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엄마나라 문화탐방·봉사활동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프로그램 대상국가로 몽골을 포함해 필리핀, 일본 등을 선정했다.

몽골 방문에는 다문화 가정 자녀, 후원자 등 총 21명이 참가해 몽골 학생과 문화 교류, 몽골 전통 가옥 게르 짓기 체험 등을 했다.

다른 다문화 가정 자녀처럼 이 군도 엄마 나라 방문이 잦은 편은 아니다.

최근에 몽골에 다녀온 것도 5년 전이라고 했다.

이 군은 "이번 방문 때 시간을 내서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는 이모들을 만났다"며 "이모들이 '엄마 없이 조카가 혼자 이곳에 왔다'면서 크게 놀라셨고 이런 내 모습을 뿌듯해해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엄마 나라 몽골 친구들과 '손흥민' 화제 삼아 소통했죠"

그는 이번 활동 과정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로 게르 짓기를 꼽았다.

그는 "외갓집이 울란바토르 시내라서 예전에 몽골에 가더라도 게르를 볼 일이 없었다"며 "몽골 시골 풍경을 감상하며 게르에서 숙박을 했던 시간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사실 몽골에 가기 전 졸업 후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았고 스트레스도 심했다"며 "1주일간 몽골에서 다양하게 재미있게 경험하고 오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큰 힘이 됐다"고 만족해했다.

외동 아들인 이 군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에 스스로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사실을 주변에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군은 "배경이 다를 뿐인데 그 배경을 부끄러워하는 다문화 가정 친구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생각보다 부모의 국적이 다른걸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하나의 다른 문화잖아요.

사는 배경이 달라서 더 이색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나처럼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을) 적극 알리지 못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