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낙동강 교량 3곳 추가 건설 예정…대저대교가 갈등 시작점
환경단체 "개발보다 보존" vs 부산시 "교통량 분산 절실"
[현장 in] 보존이냐 개발이냐…낙동강 대저대교 갈등 증폭
지난 8일 부산 강서구청 대회의실.
4개월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의혹 진위를 가리기 검토전문위원회가 열렸다.

부산시와 환경단체는 국가연구기관 연구원,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검토전문위원 앞에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부산시는 2024년까지 대저대교를 비롯해 낙동강을 건너는 교량 2∼3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고, 환경단체는 본류를 관통하는 교량이 낙동강 하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설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갈등의 시작점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조작 논란이라고 볼 수 있다.

◇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조작 논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조작 논란은 올해 7월부터 시작됐다.

부산시가 올해 2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서 올해 6월 다시 제출했지만, 환경단체는 이마저도 거짓과 부실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대저대교가 지나가는 지점의 환경 피해를 감추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왜곡 조작된 내용으로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7월 오거돈 부산시장과 환경영향평가 조사 용역업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또 8월부터 경남 창원시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22일간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결국 관련 법령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서 부실 논란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토 전문위원회는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각자 제출한 자료와 현장 조사, 발표 등을 토대로 환경영향평가서 검증에 나섰다.

박중록 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사진, 영수증, 출장부 등을 통해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기 질 측정은 법이 규정한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생태계 조사는 조사 방법이 틀려 서식하지도 않는 물두꺼비가 있다고 기술하고 가시연 같은 멸종위기종은 존재하는데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반박 자료를 제출했고 일부 착오가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조작되거나 날조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전문위원회가 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대저대교는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만 받게 되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간다.

만약 검토전문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서가 조작됐거나 부실하다고 판단할 경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또다시 평가서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에서도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할 경우 부산시는 평가서를 다시 작성해야 해 올해 연말 착공이 목표였던 대저대교 건설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현장 in] 보존이냐 개발이냐…낙동강 대저대교 갈등 증폭
◇ 낙동강 하구 교량 건설 두고 갈등
부산시는 2024년까지 낙동강을 건너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사상대교를 건설할 예정이다.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식만분기점)∼사상구 삼락동(사상공단)을 연결하는 총 길이 8.24㎞ 규모다.

엄궁대교는 강서구 대저동∼사상구 엄궁동을 연결하는 3.0㎞의 6차로 교량이다.

신설 교량 가운데 가장 긴 7.7㎞ 구간의 사상대교는 강서구 봉림동과 사상구 감전동을 연결해 김해신공항 접근도로 기능을 한다.

시는 우선 대저대교와 엄궁대교를 서둘러 건설하고 교통량을 분석한 다음 사상대교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낙동강 횡단 교량 3곳이 신설되면 낙동강을 지나는 교량은 모두 11곳으로 늘어난다.

현재 낙동강 횡단 교량 8곳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56만3천대로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다.

시는 에코델타시티, 연구개발특구 등 강서구에 대규모 계발사업이 완료되는 2025년에는 하루 평균 교통량이 69만9천대로 지금보다 약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상 교통량을 계산했을 때 대저대교 건설도 지금 늦어지고 있는데 5년가량 걸리는 교량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생각은 다르다.

전국 60여개 환경단체는 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을 구성해 낙동강 하구 개발 사업 반대에 나섰다.

시민행동은 2005년 을숙도대교 건설 당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낙동강하구 보전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 참여 원칙 등을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낙동강을 관통하는 을숙도(명지)대교와 화명대교, 낙동강대교는 지금도 비어있는데 왜 또 다리를 건설해야 하느냐"며 "대저대교 등이 건설되더라도 예상 교통량을 밑돌고 하굿둑 교량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교량에서 출퇴근 시간 차량정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 하구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전국 최고 철새도래지의 명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며 "낙동강 하구가 더이상 백조의 호수로 불리지 못하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in] 보존이냐 개발이냐…낙동강 대저대교 갈등 증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