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부정 채용하는 방식으로 KT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딸을 부정 채용하는 방식으로 KT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부정 채용 의혹의 당사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이 법정에 나와 자신의 채용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 딸은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의 뇌물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의원 딸은 "(채용 과정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이행했다"며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KT 스포츠단에서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중 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정규직 채용 과정에 김 의원의 딸이 공채 서류 접수 마감 한 달 뒤에 지원서를 이메일로 제출한 점 △인적성 시험 결과가 불합격인데도 통과된 점 등을 근거로 채용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 딸은 "2012년 4월께부터 공채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해 친분이 있던 인사팀 직원에게 채용 관련 고민을 털어놓다가 지원서를 봐주겠다는 말에 지원서를 인쇄해 제출했다"며 "그 이후 인사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인사팀 직원이 왜 그런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한 사무실에서 1년 반 넘게 같이 지냈고 같이 근무하면서 매일 인사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며 "이 정도 호의는 베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 딸은 "언론에서는 내가 정규직 채용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보도됐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앞서 재판에서 나에 대해 그렇게 증언한 인사팀장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피고인석의 김 의원도 딸이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파견계약직 채용 과정에서는 본인이 인력파견업체에 직접 방문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구직활동을 하다 특정 파견업체를 거쳐 KT에 취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의 딸은 스포츠단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할 때 번역 등의 업무를 맡았으며 당시 제출한 토익 성적표는 700점대였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2년 국정감사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던 신계륜 전 의원이 법정에 나와 김성태 의원을 옹호했다.

신 전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전국적으로,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은 의제를 중심으로 관련된 인물들만 증인으로 채택했다"면서 "당시 이석채 KT 회장은 은수미 의원 외에 증인 채택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석채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에 김성태 의원이 나서서 반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김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의 당론에 따라 다수 기업인의 증인 채택을 일괄적으로 반대한 것이지 이 전 회장을 특정해서 증인 채택을 무마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 의원은 딸이 증인으로 출석한 소회를 묻자 말끝을 흐리는 등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오늘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면서도 "오늘 법정 증언으로 그동안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얼마나 국민을 혼돈으로 빠뜨렸는지 보여줬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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