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연고있는 검사에 사건 안 맡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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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법조계의 전관특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법원에서 시행 중인 ‘연고관계 변호사 회피·재배당 절차’를 검찰수사 단계에서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변호사가 판사와 학교 동문이거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등 개인적 연고가 있어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될 경우 사건을 다른 법관으로 재배당할 수 있는데 앞으로 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관계도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본인사건 취급과 몰래변론 등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8일 법무부는 효과적인 전관특혜 근절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으로 구성해 내년 2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F는 대한변호사협회, 검찰, 학계 등 내·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되며 법무부 법무실장이 팀장을 맡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관특혜는 국민의 사법불신을 초래하는 법조계의 오랜 병폐”라며 “TF는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신속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F는 우선 법원에서 하고 있는 연고관계 변호인이 선임됐을 때 판사를 재배당하는 제도를 검찰수사 단계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판사가 피고인의 변호인과 사법연수원 동기거나 지연·학연·근무연 등이 겹치는 경우 담당 법관이 바뀔 수 있다. 반면 검찰에는 이 같은 검사 재배당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TF는 또 본인사건을 취급하거나 몰래변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전관 변호사가 과거 자신이 검찰이나 법원에 있을 때 처리했던 사건을 변호사가 된 이후 맡거나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몰래변론)을 하다가 적발되면 현재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처벌 상향 수준은 TF가 구성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돈 많은 이들이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승소하는 것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박탈감이 컸다”며 “법무부의 방안이 뿌리 깊은 전관특혜 관행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히 검찰 수사단계에서 검사 재배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우려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판사는 개개인이 독립된 주체인 것과 달리 검찰은 엄격한 상하 지휘구조가 작동하는 협업 조직이라 두 기관의 성격이 다르다”면서 “가령 변호사가 주임검사와는 연고관계가 없지만 지휘라인인 부장, 차장, 검사장 등과 연고관계가 있는 상황이면 지휘라인을 다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 숫자가 부족한 지방 검찰청에서는 수사할 검사를 구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가령 소위 ‘독하게 수사하기로 소문난 검사’로부터 수사받는 것을 피하고자 해당 검사와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도중에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를 선임해 재배당을 요청하는 등 문제가 됐던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면서 몰래변론 등 과거의 전관특혜 악습이 이미 많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홍만표 사건’ 이후 요즘엔 일선 검사들이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들과 일절 교신을 하지 않고 있다”며 “검사들의 변호인 접견 내역도 모두 기록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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