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만 쳐다보는 교실에선 창의 인재 안나와"
“한국의 교실은 학생들이 교사만 쳐다보는 일방적인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이런 교실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사진)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는 획일적인 학교 공간이 학생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발표자들은 “학교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현준 교수는 획일적인 학습 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키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한국사회는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해 학교 공간마저도 획일화하려고 한다”며 “담장으로 둘러쳐진 학교에서 12년간 지낸 아이들에게 도전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건물 안에만 있고 변화하는 자연을 보지 못하니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라며 “교실을 낮은 층으로 배치해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와 뛰어놀 수 있게 하거나 빈 교실을 테라스로 바꿔 매일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3.3㎡당 공사비는 550만원으로 교도소(800만원) 시청사(700만원)보다 턱없이 적다.

레이노 타파니넨 핀란드 국가교육청 수석건축가는 자국에 지어진 학교를 소개하며 “학교는 학생들이 원활히 소통하며, 어떤 공간에서든 학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 학교는 열린 공간을 추구한다”며 “학년별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인 아고라를 조성하고 건축자재로 가벼운 유리를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함께 평범한 교실을 특별한 공작소로 바꾼 김황 광주광역시 마지초 교사의 발표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 교사는 “1년간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고 설비를 제작한 끝에 다양한 공구가 갖춰진 ‘엉뚱공작소’를 학교에 만들었다”며 “공간이 바뀌니까 학생들이 액세서리, 자동차, 아크릴 램프 등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든다”고 했다. 그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미래에 예상치 못한 문제에 스스로 대처할 힘을 길러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