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유연한 조직으로 변신하고 성과 목표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옛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조직의 민첩성에 매력을 느꼈다. 5년 전까지도 2000억원대 초반을 헤어나지 못하던 당기순이익이 3000억원대로 꾸준히 상승해온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성장을 촉진한 기업문화도 관심이었다. 총자산 546조원(올 9월 기준)의 대형 금융회사인 신한금융은 목표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오렌지라이프에서 혁신의 힌트를 봤다. 오렌지라이프의 조직 관리는 7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9’를 통해 공개됐다.

이기흥 오렌지라이프 고객유지트라이브 부사장은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인재포럼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 세션에서 발표자로 참석, “우리의 혁신 철학을 압축하자면 조직은 날렵하게 바꾸고 성과 목표는 엄격히 관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민첩하고 유연한 애자일 조직으로 회사를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오렌지라이프에는 대부분의 다른 기업과 달리 본부와 부문, 팀과 같은 편제가 없다. 부사장에서 전무급이 담당하는 사업부 형식의 ‘트라이브(부족)’ 아래 프로젝트 중심으로 뭉쳐진 ‘스쿼드(분대)’가 존재한다. 이 부사장은 “집단지성을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언제라도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리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션에서는 이 부사장뿐만 아니라 신상규 SK텔레콤 ER그룹 그룹장,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자신들만의 혁신 사례와 관점을 공유했다.

신 그룹장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오피스’로 조직 혁신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서울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3층 규모의 업무환경 혁신 실험을 하고 있다. 마케팅 사업개발 연구개발(R&D) 등 팀에 따른 업무에 최적화한 공간을 각 층에 구현하는 실험이다. 신 그룹장은 “기술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해보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며 “공간의 변화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일관성을 조직 혁신 성공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외친 기업이 많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어서 일하는 방식을 끝내 혁신하지 못하고 기업이 먼저 망해버린 사례가 많았다”며 “경영진이 꾸준히 혁신 의지를 보여줄 때 구성원이 나태해지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이선아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