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워라밸 추구 당연…성취감 북돋울 장치 필수"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란 제목의 책이 몇 년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즘 경영자들은 고민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직원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의 행복과 기업 성장 간 관계를 추적해온 얀 에마뉘엘 드느브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 교수는 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일과 행복의 방정식’ 특별세션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일에서 행복을 찾는 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적 자원(HR)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드느브 교수는 “직원의 행복이 회사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내 연구의 결론이지만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고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 직원은 평균적으로 전체의 20%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직원은 워라밸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점을 관리자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원을 그저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근무제도 및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게 드느브 교수의 주장이다.

소냐 류보머스키 UC리버사이드 심리학과 교수도 근무 환경 혁신을 기업의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류보머스키 교수는 <행복의 정석>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직원의 행복은 그저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높아지는 게 아니다”며 “행복하다는 느낌은 근로시간보다 ‘내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류보머스키 교수는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성취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근무 환경이 마련되면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선 각각 ‘배달의민족’과 ‘토스’를 선보이며 국내 대표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김 대표는 “직원의 행복에 투자하는 것은 연구개발(R&D)처럼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아도 기업의 장기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아한형제들이 시행 중인 주 35시간 근로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워라밸과 관계없이 기업의 사명과 자신의 목표가 합치된 직원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일에만 집중할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맡았다.

황정환/이선아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