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사진 올리고 '기밀'이라던 군견 이름도 스스로 공개
트럼프의 '영웅 군견' 마케팅…훈장 사진 합성에 백악관 초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 제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군견을 향해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미 대통령으로서는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에 반려견을 들이지 않은 트럼프가 이 개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는 합성 사진까지 올리며 '군견 마케팅'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하기까지 그를 추격한 것으로 알려진 군견 "코넌(Conan)"에 메달을 걸어주는 합성사진과 함께 코넌이 다음 주께 백악관에 온다는 소식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첨부한 사진은 미국의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 데일리와이어가 합성한 것으로, 그가 군견의 목에 개발바닥 모양의 메달로 만든 훈장을 걸어주는 모습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 사진을 "미국의 영웅!"이라는 짤막한 글귀와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가 약 12시간 뒤 "데일리와이어에 고맙다.

아주 귀여운 재창조물"이라며 "'살아있는' 버전의 코넌은 다음 주 언젠가 백악관에 오기 위해 중동을 떠난다"고 부연했다.

조작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 사진은 데일리와이어가 2017년 백악관에서 은퇴한 위생병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할 때 찍은 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공개한 군견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견의 사진을 지난 28일 트위터에 처음 올릴 때만 해도 "IS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포획해 죽이는 데 엄청난 일을 한 훌륭한 개의 사진을 기밀 해제했다"면서도 이름은 여전히 기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넌을 만나는 장소는 백악관이 아닌 다른 안전한 곳이어야 하며, 그곳에는 소수만 동행하고 언론 취재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원들은 정체를 철저히 숨겨야 하므로 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이라도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게 전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넌을 앞세워 연일 IS 수괴 제거 성공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탄핵 조사를 앞둔 데다,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결정으로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의 비판까지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알리면서 어떻게 미군 부대가 작전을 수행했는지 세부사항을 상세히 공개했고, 그의 포획에 집중하도록 사령관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는 지난달 30일 미국 월드시리즈 7차전에 방영한 선거 광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ISIS를 제거했다고 선전하며 알바그다디의 사진과 백악관 상황실에서 작전 수행과정을 지켜보는 그의 사진을 싣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