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유미(왼쪽부터), 공유, 김도영 감독이 9월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우 정유미(왼쪽부터), 공유, 김도영 감독이 9월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거침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전날 15만 8315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81만 6667명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 페미니즘 시각이 담겨 있어 관람객들 사이에선 극과 극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화화를 막아 달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여러 평점 사이트 내에서 '별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안정환 축구 해설위원의 아내 이혜원 씨는 '82년생 김지영' 관람 후기를 적었다가 악플 세례를 받았다.

이혜원 씨는 "영화 끝나고 화장실을 갔는데 '우리 엄마나 봐야겠다. 난 왜 우는지 모르겠네' 하시는 언니들. 맞다. 내가 아니면 모른다"며 "'하고 싶은 거 다 해'란 말이 참 귀에 맴돈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적었다.

이후 몇몇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을 남기자 이혜원 씨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반면 김나정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29일 "여자로 태어나 살면서 이 영화처럼 남자, 여자가 불평등하고 매사에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여자로 살면서 충분히 대접 받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것들도 너무 많은데 부정적인 것들에만 주목해 그려 놓은 영화 같다"며 "여성을 온통 피해자처럼 그려놓은 것이 같은 여자로서 불편했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김 아나운서는 자신이 본 책 글귀를 인용해 "남녀관계에서 똑똑한 여자는 남자에게 화를 내거나 바가지를 긁는 게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걱정해주고 애교 있게 안아주면 그게 관계에서 오히려 현명하게 남자를 다스리고 예쁨 받고 사랑 받는 방법이라고 했다"며 "페미니스트들은 여자의 권력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지적해 논란을 일으켰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82년생 김지영에 공감 못하는 워킹맘, 비정상인가요?'라는 글을 통해 "회사에서도 여직원들 모이면 이 영화 얘기, 맘카페에서도 전부 이거보고 울었다고 난리"라며 "저는 30대 애 둘 워킹맘인데 동조를 바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네티즌은 "남자라고 전부 사회에서 이름 날리나? 최근엔 역차별을 훨씬 많이 봐와서 젊은 남자들 불쌍하기까지 하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제 사회생활까지 힘들게 하는지 정말 피곤하다"고 적었다.

반대로 이 영화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남자를 조롱한 것도 아니고 여성의 삶에 대해 나타낸 영화인데, 왜 성별에 대한 비하와 악플을 다는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은데 어머니, 여자로서 힘들다는 내용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전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모든 김지영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 꼭 영화를 봐달라. 주변에 있는 여자, 남자 모두에게 당당하게 홍보해달라" 등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