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학비노조 "사실상 운동부 죽이기…지도자 고용안정 필요"
경기교육청 "주52시간제서 '운동부 제외' 정부에 수차례 건의"

경기도 A고교 육상부 코치 김모(43) 씨는 점점 다가오는 겨울방학 기간 해야 할 동계훈련을 생각하면 요즘 눈앞이 캄캄하다.

올 7월부터 시행된 '주당 최장 근로시간 52시간제(이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동계 합숙 훈련은 보통 30일 일정으로 떠나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면 합숙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52시간제'에 흔들리는 학교운동부…"대회 출전도 못해"
15일 일정으로 다녀온 지난 하계 훈련 때는 운동부와 상관없는 학교 체육 교사들에게 사정해 5일씩 나눠 겨우 진행했는데, 연말인 동계 훈련 때에도 같은 부탁을 하기 어려운 처지다.

"체육 교사 중에는 기간제 교사도 있는 데다가 연말은 인사이동 기간이기도 하다.

또 체육 교사들이 이 일을 도와줘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 김씨는 "학기 중엔 운동부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처럼 거의 모든 수업을 듣기 때문에 실력향상을 위해선 전지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당장 올겨울부터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전지훈련보다 더 큰 문제는 학기 중 각종 대회 참가이다.

고교생 선수의 경우 대회에서 받은 상장과 메달이 대입에 직결되기 때문에 1년에 참여하는 대회만 10여개에 달한다.

학생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면 지도자인 코치도 따라가는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이 또한 제동이 걸렸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선 운동부와 관계없는 교직원이 학생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거나 아예 시합 출전을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는 31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주52시간제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은 "도 교육청이 아무런 대책 없이 주52시간제 관련 공문을 학교에 내려보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받는 내용인데, 이를 보고 어떤 학교장이 운동부를 유지하려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이거는 공부하는 학생에게 수업 후 학원에 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내 학교 운동부는 다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52시간제'에 흔들리는 학교운동부…"대회 출전도 못해"
이들은 도 교육청이 시행하는 'G-스포츠클럽 사업'에 대해서도 "학교 운동부를 죽이는 일방적 사업"이라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G-스포츠클럽은 학교 내 운동부 대신 지역 내 체육회나 종목별 체육 단체가 학생을 대상으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도 교육청-지자체 협력 사업이다.

엘리트 선수 육성보다 생활체육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경기학비노조는 "운동부 지도자들은 엘리트 체육의 밑거름을 만들고 있지만 매년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며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을 안정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도 교육청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학교 운동부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회 출전 시 체육 교사 등이 지원하도록 하고, 체육 교사의 빈자리는 시간제 강사를 고용해 대체하도록 각 학교에 안내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교선 도 교육청 학생건강과장은 "근본적으로는 고용노동부가 학교 운동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운동부 지도자들을 예외적으로 판단해줘야 한다.

도 교육청은 이 같은 건의를 수차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