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 로펌 출범 앞둔 김갑유…"亞 스리크라운스 목표"
“국제중재 전문 로펌으로 유명한 스리크라운스(Three Crowns)의 아시아판 법률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의 국제중재 변호사업계에서 ‘간판스타’로 불리는 김갑유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사진)가 내년 1월 국제중재 전문 로펌 피터앤김(가칭)을 설립한다. 그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을 주요 활동 무대로 하는 다국적 중재 로펌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로펌 이름은 국제중재인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 볼프강 피터 변호사와 자신의 성을 따서 지었다. 현재 20여 명의 다국적 변호사들이 참여한 상태로 한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호주 등에 법인 설립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20여 년간 한국의 국제중재 변호사업계를 개척하며 선두주자로서 위상을 쌓아왔다. 세계 최고 중재기관으로 평가받는 국제중재법원(ICC) 부원장,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업계에서 국제적 신임도 확보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중재센터 중재인으로 활약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대한상사중재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한국중재대상에서 태평양을 대표해 로펌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변호사가 언급한 스리크라운스는 오랫동안 국제중재 분야 세계 1위를 지켜온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에서 독립한 ‘강소’ 로펌이다. 그는 “스리크라운스가 영미법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주축이라면 피터앤김은 대륙법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온 아시아 변호사를 위주로 이끌어갈 계획”이라며 “이런 특징을 잘 이용해 피터앤김의 경쟁력을 키운다면 ‘아시아판 스리크라운스’로 가는 길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리크라운스와 같은 명성을 얻는 게 목표라면서도 구체적인 성장 전략과 지향점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스리크라운스는 독립 이후 한솥밥을 먹었던 프레시필즈와 치열하게 맞붙었지만 태평양과 피터앤김은 그런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며 “태평양과 협력 관계를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국제중재 사건에 대해서는 태평양과 컨소시엄을 이뤄 함께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터앤김은 국내 최대 규모(5조3000억원)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인 론스타 사건과 스위스 승강기 제조업체 쉰들러 ISD의 정부 대리도 태평양과 함께 맡기로 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기존 태평양의 기업 고객 입장에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피터앤김이 확보한 다양한 국적의 변호사를 태평양 고객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피터앤김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독립한 KL파트너스처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에서 외국 투자자 쪽을 대리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한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임을 해왔기 때문에 당장 돈이 된다고 외국계 기업을 대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태평양을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려 떠나게 되면서 드는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태평양에는 방준필 미국 변호사를 비롯해 김홍중 김준우 윤석준 정경화 변호사 등 국제중재 사건을 20~30건씩 맡아온 쟁쟁한 실력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떠난다고 해서 큰 걱정은 들지 않는다”면서도 “24년간 태평양의 국제중재팀 일원으로 살다가 친정을 떠나게 되니 도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쉬움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