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구체적 방향 제시하며 강도 높은 개선 지시

정시 비중 확대 기정 사실화
'깜깜이 전형' 학종 손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지 사흘 만에 대입제도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모집 비중 확대를 놓고 여론이 엇갈리며 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반발에 가로막혀 정시 확대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취임 후 처음으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의 확실한 의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시가 더 공정”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SKY 등 주요 15개大, 정시비중 40% 땐 수능으로 4000명 더 뽑아

문 대통령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에 ‘획기적’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쓰며 강력한 대입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 이어 이날도 ‘콕’ 집어 정시 비중 확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대입제도 개편이 더 이상의 논쟁 없이 정시 비중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대학의 정시 모집 비중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아니다. 타깃은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서울 주요 대학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이날 교육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시 비율은 4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방안이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었고,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39.6%였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구체적인 비율의 폭은 지난해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해 11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적용 시점은 빠르면 2022학년도 대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시 비중을 40%까지 올리면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 정원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입학전형 시행 계획을 분석한 결과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이 정시로 선발하겠다고 예고한 인원은 1만488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학이 정시 모집 비율을 40%로 올리면 정시 선발 인원은 3856명 더 늘어나 1만87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선발 비율이 23.2%에 그치는 서울대가 이를 40%까지 끌어올리면 정시 선발 인원은 535명 늘어난다. 고려대는 766명, 연세대는 152명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들의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 모집을 일정 비율 이상 끌어올리지 않는 대학은 재정지원사업 참가 대상에서 배제하는 식이다. ‘반값 등록금’ 등으로 재정 상황이 한계에 다다라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대학들로서는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

2025년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 추진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데다 평가 기준이 모호해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입시의 공정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할 노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영역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봉·동·진(자율·봉사·동아리·진로 활동)’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방안이 대표적인 개선책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비중이 높고,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학생 선발 비율이 큰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다음달 초 개선 방안과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자사고와 외고에도 ‘조국발(發)’ 대입제도 개편 논의의 불똥이 튀었다. 문 대통령은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을 중심으로 사실상 서열화된 고교체계가 수시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과도한 교육 경쟁과 교육 불평등 등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도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여름 우여곡절 끝에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학교는 물론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자사고와 외고들은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2025년 일괄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조국 사태의 원인을 자사고에 돌려 일괄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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