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왼쪽 세 번째)이 25일 ‘신인 여성공학자 워크숍’에서 여성 교수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왼쪽 세 번째)이 25일 ‘신인 여성공학자 워크숍’에서 여성 교수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100년 전엔 세계 톱 대학이 모두 유럽에 있었지만 50년 만에 미국 대학이 자리를 꿰찼습니다. 앞으로 30년은 아시아 대학이 이끌 테니 우리 대학에 지원해주세요.”(쾅팅챙 홍콩과학기술대 공대 학장)

2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서울대, 중국 칭화대, 홍콩과학기술대(HKUST), 싱가포르국립대(NUS), 대만국립대(NTU), 일본 도쿄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NUSW) 등 아시아 주요 7개 대학 공과대학 학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성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신인 여성 공학자 워크숍(RSE)’ 행사에서 각 대학 공대 학장은 사전에 엄선된 50여 명의 여성 공학자에게 학교를 소개하면서 “여교수를 뽑고 있으니 우리 학교에 지원해달라”고 했다.

한국에서 여성 공학자의 학계 진출을 위한 국제 공동 워크숍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7개 대학 공대 학장이 여교수 채용을 위한 자리를 함께 마련한 것은 아시아권 대학이 공통적으로 여성 교원 비율이 낮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는 총 326명의 교수 가운데 여성 교수가 13명(4%)뿐이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글로벌 유수 대학과 협력하고 경쟁하는 데 여성 교수 비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4%에 불과한 서울대 공대는 국제 사회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RSE는 지난해 HKUST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워크숍에 참가한 50여 명의 여성 공학자 가운데 15명이 교수로 채용됐다. 올해 RSE에도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서울대 등 세계 25개 대학에서 여성 공학자 56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RSE에 참가해 HKUST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신선미 교수는 “RSE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아시아에서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RSE가 지속되면 공학 공부를 계속할지 고민하는 여성 연구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여성 학자들에겐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은 끊임없이 숨겨진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