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만공사 손들어줘…"행정소송 대상 아니라 민사로 봐야"
법원, 석유공사 '수역 사용료 무효 확인' 청구 각하
해상 원유이송시설인 '부이'(buoy)의 수역 사용료를 두고 한국석유공사가 울산항만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법원은 두 기관 사이의 법률관계를 행정이 아닌 민사 사법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석유공사의 사용료 부과 처분 무효 확인 등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판결문을 보면 석유공사는 울산시 울주군 앞바다에 설치한 부이의 수역 사용료로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2억여원을,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6억여원을 항만공사에 납부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항만공사가 잘못된 사용료 산정 요율을 적용했다"며, 무효 확인과 납부한 사용료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다.

석유공사는 항만공사의 '사용료 지급 요구 행위'가 항고소송(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소송)의 대상인 '사용료 부과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이에 항만공사는 "행정청의 지위에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사법상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 지위에서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청구는 부적법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석유공사 '수역 사용료 무효 확인' 청구 각하
재판부는 항만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료 부과가 처분성을 가지는지 여부에 대한 핵심은 피고(울산항만공사)가 수역의 관리 권한을 가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국유재산관리사무 위임이나 국유재산관리 위탁을 받았는지 여부"라며 "관련 법에는 권한을 지방해양수산청장에 위임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피고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과 항만시설관리권을 무상으로 빌리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관련 법에는 항만시설관리권이 사법상 권리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의 행위는 사법상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 지위에서 사용료를 확정해 지급을 최고한 것에 불과하고, 공권력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서 행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함이 타당하다"며 "해당 청구는 항고소송의 대상 적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