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딴 황준우(왼쪽부터), 박미진, 지화림 씨.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딴 황준우(왼쪽부터), 박미진, 지화림 씨. 한화생명 제공
2017년 7월 한화생명에 입사한 박미진 씨(26·상품개발팀)는 지난 9월 27일 보험계리사 2차 시험에 최종 합격해 계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6년 1차 시험에 합격한 지 3년 만이다. 박씨는 “네 번째 2차 시험에 응시했는데 회사에서 시험을 앞두고 4주 동안 일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보험계리사 2차 시험 대비반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4월에 시작해 이론(9주), 모의고사(5주), 잡오프(job-off·4주) 과정 등으로 7월 말까지 진행했다. 한화생명은 보험계리사 2차 시험 응시 대상자 18명을 선발해 지난 8월 초 2차 시험을 앞두고 4주간(7월 8일~8월 2일) 경기 용인에 있는 한화생명 연수원에서 합숙하면서 오로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 달간 근무하지 않고 공부만 했지만 월급과 수당 등은 이전처럼 지급했다. 한화생명의 계리사 지원 프로젝트로 지난해 11명에 이어 올해는 7명이 계리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보험계리사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1차 시험 합격 후 5년 이내 2차 시험 다섯 과목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대학 때 계리사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한화생명에 입사한 황준우 씨(29·리스크관리팀)는 “직장생활 틈틈이 2차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잡오프 기간 밀도 있게 공부해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회사의 지원으로 보험연수원에서 모의고사 첨삭 지도를 받은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잡오프 4주간 한화생명 연수원에서는 오전·오후 하루 8시간 집중 학습시간과 월요일 입실, 금요일 퇴실이라는 제약만 뒀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지화림 씨(28·경영관리팀)도 1차 계리사 시험 합격 후 지난해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그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로 데이터분석 능력이 필요해지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계리사는 더욱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라며 “보험업계 구직자라면 계리사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직원들의 계리사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이유는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 부채(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평가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료·보험금·책임준비금 등을 새롭게 산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리 작업이 증가하고 복잡해지면서 계리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계리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는 계리사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를 지원해주고 합격자에게는 인사 가점과 자격수당을 준다. 롯데손해보험은 온라인 강의, 모의고사, 합숙교육 등을 제공하는 ‘보험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계리사 1차 시험 합격자를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

보험계리사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합격률이 6~7%로 낮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FRS17이 도입되는 2022년께 3000명의 계리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계리사 자격증 취득자는 1316명(10월 14일 기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보험사 입사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이라면 보험전문 자격증에 도전해볼 만하다. 심명보 한화생명 인사팀 대리는 “계리사뿐 아니라 국제재무설계사(CFP)와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 소지자도 입사에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