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육성 뜻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한 최종현학술원이 일본 도쿄대와 국제학술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21일 SK에 따르면 최종현학술원은 오는 12월 6~8일 일본 도쿄에서 도쿄대와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인 ‘도쿄 포럼’을 연다. 이 행사에는 양국의 학계 인사들과 최태원 회장(사진) 등 SK그룹 경영진, 일본 기업인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독한 변신’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먹거리보다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새 시장에 도전하고, 주력 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자동차나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체들도 발빠르게 바뀌고 있다.미래 산업에 대규모 투자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에 2021년까지 총 18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NPU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 ‘AI의 두뇌’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NPU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현재 200명 수준에서 2030년 2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AI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와 대화형 AI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플런티 등을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전장사업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현대·기아자동차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앱티브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각각 2조4000억원을 투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가 외국 기업과 함께 조(兆) 단위 투자를 결정한 것은 창사 52년 만에 처음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물론 자동차업계에서도 ‘파격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왔다.현대차그룹은 최근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차량공유 기업과 자율주행 기술 기업,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작 기업, 드론(무인항공기) 기술 기업 등 분야도 다양하다. 싱가포르 차량공유 업체 그랩과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오토모빌리, 국내 스타트업 코드42 등이 현대차의 투자 대상이 됐다.해외 거점 늘리고 외부와 협업도 확대SK그룹은 해외시장 발굴에 적극적이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기대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목표다. SK그룹은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기술(ICT), 제약, 배터리 등 분야에서 북미지역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SK(주)는 미국 듀폰의 웨이퍼사업부와 제약 분야 수탁개발 생산업체인 앰팩 등을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와 5G 기반 방송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동남아시아와 유럽도 SK그룹이 공략 중인 시장이다. SK그룹은 최근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엔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했다. 빈그룹은 베트남 시가총액 1위 민영기업이다. 베트남 증시의 시가총액 중 약 23%를 차지한다.LG전자는 글로벌 전문가, 해외 기업, 국내외 대학 등 외부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AI와 로봇 등 미래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LG전자 모스크바 연구소는 러시아 스콜코보 혁신센터의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AI 분야 권위자인 앤드루 응이 이끄는 미국 스타트업 랜딩에이아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최근엔 중국의 사물인터넷(IoT) 기업 루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스마트 센서와 스마트 가전을 연동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AI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를 활용해 인공지능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SK그룹이 세계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내수 기업’이라는 과거 부정적 이미지를 벗은 지 오래다. 그룹 차원에서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지난 9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엔 캐런 켈리 미 상무부 차관을 비롯해 프랭크 루카스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 해럴드 햄 콘티넨탈리소스 회장, 데이비드 스미스 싱클레어그룹 회장 등 250여 명의 미국 정계와 재계 인사가 모였다. 이날 고위급 인사들이 모인 행사 이름은 ‘SK Night(SK의 밤)’였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이 행사를 미국 수도에서 열고 있다. SK를 미국 주요 인사에게 소개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코리아 세일즈’와 ‘SK 세일즈’가 이뤄지는 것이다.이날도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그룹 관계자는 “자본과 인재, 기술 등이 전 세계에서 모이는 미국 수도에서 SK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글로벌 시장 공략, 북미가 거점이날 최 회장은 행사 연설에서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3년간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SK는 지난 한 해 동안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교육 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미국에서 24억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며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현지 기업처럼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US인사이더’ 전략을 강조했다.실제로 SK그룹은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기술(ICT), 제약,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북미 지역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SK(주)는 최근 자회사 SK실트론을 통해 미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지난해 제약 분야 위탁개발 생산업체인 앰팩을 인수한 데 이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선 의약품 위탁생산회사(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며 제약·바이오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생산을 목표로 미 조지아주에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종합화학은 2017년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했다.미국 공략은 제조업에 그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방송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컴캐스트 및 마이크로소프트와도 게임 관련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173개 TV 방송국과 514개 채널을 보유한 미국 최대 로컬 지상파 방송사다. 2017년 매출은 27억달러(약 3조원), 가구 단위 시청 점유율은 40%에 달한다.동남아 교두보는 베트남SK그룹은 최근 베트남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베트남의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교두보로 삼고자 하고 있다.SK그룹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올 5월에는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도 맺었다.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총 1위 민영기업이다.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총 자산 규모는 14배 증가했다. 최 회장은 마산그룹, 빈그룹 투자 이전부터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수차례 면담하고 베트남의 미래 성장전략과 연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렇게 매년 만나는 해외 기업 총수는 최 회장뿐일 정도로 SK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ICT,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민관 협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유럽에서는 지난 3월 헝가리 코마롬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는 시야르토 피테르 헝가리 외교부 장관 등 헝가리 정부 관계자, 최규식 주(駐)헝가리대사 등 한국 정부 인사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윤예선 배터리사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회사들이 모여 있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18일 “앞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은 혁신의 ‘수석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지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SK그룹의 CEO 세미나는 매년 개최되는 경영 전략 회의로, 올해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열렸다. 최 회장을 비롯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했다. 올해는 ‘딥 체인지(deep change·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이란 주제로 열렸다.최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강조해 온 ‘행복 경영’을 계열사들이 사업 모델로 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다”며 “이 가설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CEO들이 지속적으로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 계열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특히 최 회장은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계열사 CEO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활용 △사회적 가치 추진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혁신 전략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주문대로 ‘행복 전략’ 실행과 인적 자본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이날 세미나에서의 결정에 따라 SK그룹은 앞으로 △행복 전략 고도화 △SKMS(SK경영관리체계) 개정 △사회적 가치 성과 가속화 △SK 유니버시티를 통한 딥 체인지 역량 육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SK그룹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는 1979년 제정된 뒤 2016년까지 경영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열세 차례 개정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사회적 가치가 이해관계자의 행복임을 명시하고, 이에 기반해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내용이 담긴다.SK그룹은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해 그룹 차원의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7월 ‘SK 유니버시티’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AI,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등 8개 분야의 450여 개 과정이 개설된다. 그룹 임원을 비롯해 대학교수, 실무 전문가 등을 교수진으로 구성해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SK그룹 직원들은 이곳에서 업무시간의 10%, 연간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는다.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첫날인 16일 기조연설에서 “지난 8월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많은 미국 기업이 주주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결의했다”며 “SK의 행복 경영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행복 전략’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 SK를 더욱더 행복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