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폐기물 자루가 강으로 유실됐다. 13일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이날 "후쿠시마 사고 폐기물이 든 주머니가 지난 12일 태풍 하기비스가 동반한 폭우로 강으로 흘러갔다"고 발표했다. 시는 "6봉지는 회수했지만 일부는 (강) 하류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무라시에서 위치했던 임시 보관소에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폐기물 자루 2700여개가 있었다. 현재 정확히 몇 개의 자루가 유실됐는지는 조사 중이다. 다만 신고를 받고 강을 따라 500m 흘러간 곳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풀과 나무 등으로 채워졌던 폐기물 봉지 6개가 발견돼 회수 조치됐다. 폐기물 봉지 1개 당 무게는 1톤에 달한다. 다무라시 측은 "회수한 가방(폐기물 봉지)에서 폐기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폐기물 봉지가) 강으로 흘러 환경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방 관리 대장 및 현장 상황 등을 조사해 회수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는 12일 저녁 일본 열도에 상륙해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13일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이틀 사이에 쏟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비로 이날 오전까지 사망자는 18명, 행방불명자는 13명이었다. 부상자는 14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와 인접한 후쿠시마 고리야마 아부 쿠마강 상류에서도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 기상청은 5단계 경보 수준 중 가장 높은 레벨5에 해당하는 '범람 발생 정보'를 발표하며 최대한의 경계를 호소했다. 후쿠시마 폐기물 유실 소식에 앞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이상 경보가 감지됐다.도쿄전력은 지난 12일 오후 4시 55분쯤 후쿠시마 원전 2호기 폐기물 처리 동의 오염수 이송 배관에서 누설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검지기의 경보가 울린 후 "오염수 누설은 없었고, 빗물 때문에 누설 감지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하지만 이후에도 담수화 처리 설비들에서 누수 경보가, 방사성 핵종 여과 시설에서 여과물 유출경보가 울렸고, 오염수 유출을 감시하는 장치에서도 전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13일 새벽에도 후쿠시마 발전소 세슘 흡착탑 보관시설에서 누설 경보가 작동했다. 하지만 이후 경보장치가 울린 것에 대해 도쿄전력 측은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다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후쿠시마 원전 1호기부터 4호기 전체의 오염수 이송 작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한국수력원자력이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정비인력 중 상당수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업무로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건설사업 종료로 남게 되는 인력을 달리 활용할 방법이 없어서다. 해외 원전건설 신규 수주가 전무한 상태여서 원전 전문기술이 녹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27일 한수원이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UAE사업 중장기 인력운영 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2030년까지 UAE 사업의 현 정원 1300명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바라카원전 1~4호기가 차례로 준공되고 있어 시운전·건설분야 정원이 더 이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4호기를 지은 뒤 극소수 행정 인력만 현지에 상주시킬 계획이다.한수원은 지난 6월 바라카원전의 장기정비서비스계약(LTMSA)을 따냈지만 여기에 투입할 수 있는 정원은 아직 알 수 없다. 발주사인 UAE 나와에너지 측이 원전 정비를 총괄하면서 필요 인력이 생기면 그때그때 한수원에 요청하는 방식이어서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주사가 발행하는 역무 지시서에 따라 인력이 달라진다”며 “LTMSA에 투입할 인력을 미리 정해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한수원은 UAE의 원전 인력 중 상당수를 태양광발전단지 등 비(非)원전 분야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UAE 현장에서 철수할 인력은 총 878명이다. 이 중 97명은 강원 홍천, 경기 포천, 충북 영동 등 신규 양수발전소 세 곳에, 89명은 새만금 태양광발전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배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다음달께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장기 인력소요 계획을 협의할 방침이다.해외 원전건설 수주가 난항을 겪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수원의 원전 기술력이 약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원전 프로젝트를 따낸 건 2009년 바라카원전이 마지막이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 원전을 수출하려고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반면 러시아 중국 등의 원전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해외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연구원장)는 “해외 경쟁사들과 달리 한수원은 건설부문을 핵심 부서로 두고 있고, 원전 건설의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전문인력을 재생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 배치하는 건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선 원전을 없애겠다면서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건 누가 봐도 모순”이라며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원전 생태계가 와해될 뿐만 아니라 현존 원전의 안전성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해외 원전 인력의 재배치와 관련해 한수원은 “해외 신규 건설이 없는 상태에서 인력 효율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인력 배치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4일 서울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원자력 노동조합 연대 출범 기자회견에서 원전산업 노동자들이 정부 에너지정책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한전원자력연료·한국전력기술 노조원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 노조 연대는 고용 불안 해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을 요구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