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 = 경기 부진 속에서도 최근 취업자·고용률·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에 훈풍이 불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고용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에 더해, 정부가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가 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정부 정책이 고용 호조를 이끌었다며 내년에도 긍정적 효과가 검증된 재정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지만, 고용의 개선 흐름이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경기부진속 재정이 이끈 고용 회복세…내년에도 지속할까

◇ 기저효과·정책효과·서비스업 호조가 배경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 취업자 증가폭은 월평균 26만명이다.

1월(1만9천명)과 4월(17만1천명)을 제외하고 7월까지 매달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 중후반대를 기록했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45만2천명, 34만8천명이 늘어나는 등 고용 상황이 양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인구 추세가 반영되는 고용률을 보더라도 9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로 23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률도 3.1%로 5년 만에 가장 낮아 고용 지표들이 모두 좋았다.

이에 따라 아직 4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취업자 증가폭 20만명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고용 호조의 원인으로는 우선 '기저 효과'가 꼽힌다.

2017년 취업자 증가폭은 월평균 31만6천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9만7천명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 10만명 안팎에 그쳤던 증가 폭은 하반기 들어서 7월 5천명, 8월 3천명, 9월 4만5천명, 10월 6만4천명, 12월 3만4천명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을 크게 웃도는 데에는 이러한 기저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호조의 또 다른 배경에는 '정책 효과'가 있다.

최근 두 달 간 30만∼40만 명대의 취업자 증가는 기저효과로만은 설명할 수 없고, 노인 일자리 사업, 청년 고용장려금 지급 등의 정책 효과가 분명히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다.

산업별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연관 있는 보건·의료복지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과 50대를 중심으로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진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제조업과 40대의 취업자는 올해 내내 마이너스가 이어지며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올해 수출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저조한데 고용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데는 기저 효과와 민간부문 고용개선, 일자리 사업 정책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의 고용유발계수는 매우 낮고 서비스업은 전산업 평균치보다 높은 점을 거론, "올해 우리 경제는 반도체 국제가격 급락으로 수출과 GDP 성장 측면에서 타격이 큰 반면 외국인 관광객 사상 최대 기록 등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 사정이 괜찮고, 제조업 고용 비중이 큰 조선업도 개선 흐름을 보여 고용 사정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재정을 통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아니냐는 평가는 무리가 있다"면서 "노인 일자리 확대 물량이 월 10만개인 데 반해 9월 65세 이상 일자리는 23만개가 늘었고, 공공일자리인 복지와 공공행정서비스업 외 노인 일자리 증가도 최근 월평균 11만명 수준으로 견조하다"고 말했다.
경기부진속 재정이 이끈 고용 회복세…내년에도 지속할까

◇ 내년 재정일자리 95만5천개 만든다…고용회복세 지속 가능할까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자리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해 고용 호조로 이어진 만큼, 재정 일자리 사업 등에 더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25조8천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하고, 노인 일자리 등 재정지원 일자리 95만5천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단기일자리 확대를 통한 일자리 분식'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범 차관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노인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 민간 노동시장에서 이 연령층에 적합한 고용시장이 나타나며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며 "새로운 모델이 정착되기 전 매년 쏟아지는 수십만 노령 은퇴자들에게 재정으로 최소한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은데 고용이 잘 나온다고 의아해하는데,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고용을) 확 끌어올린 효과가 먹힌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성적표와 정부 정책 방향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엄상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수요 감소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제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도 경제가 발전하면 제조업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 비중이 느는 행태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서비스업을 더 강화하고 노인들이 점점 일을 길게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에서 일하는 중장년층이 서비스업의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지탱하는 고용 호조는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사실상의 복지 지출을 한 것인데, 그걸 두고 일자리 사정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고용 현황이 실제로 개선되지도 않았다"며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되 '지속 가능한 지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올해와 같은 고용 흐름이 지속할지에 대해선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돼 노인 인구 급증이 예상되는 데다, 올해 고용 호조로 인해 기저 효과도 사라질 것이란 점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업 취업자의 마이너스 폭이 깊어진데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도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다시 확대되고 있다"면서 "내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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