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마음의 병 지닌 아이돌, 심리 상담 필요성 대두
일부 엔터사, 치료 진행하며 자정 노력
"더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방안 고민"
악플 큰 사회적 문제로 지적
언론 영향도 커 "분별력 있는 자세 요구"
설리 /사진=한경DB

설리 /사진=한경DB

그룹 샤이니 종현부터 가수 겸 배우 설리까지 화려한 무대 위에서 늘 대중들에게 행복을 전하던 이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연예계는 침통함에 빠졌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매 순간 환한 웃음을 짓던 아이돌 스타들이 지녀야만 했던 마음의 병. 대체 누가 그들의 진심에 돌을 던진 것일까.

故 설리가 지난 14일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1994년생인 그는 지난 2005년 SBS '서동요'를 통해 아역 배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12세. 하교 후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게 어울릴 나이였지만 설리는 배우로서 사회에 발을 들였고, 기획사의 시스템 하에 본명 최진리가 아닌 '설리'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설리의 사망 비보가 전해지면서 연예계 내부에서는 엔터테인먼트의 관리 체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그룹 신화 김동완은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은 소속사 차원에서의 심리적 케어가 필요함을 나타낸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해외의 경우도 예술업계 종사자들이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유명인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감정을 깊이 경험하게 된다. 한 마디로 감정노동을 하는 셈"이라며 "스트레스나 변화 등이 많고, 일하는 시간이 과다해 수면 부족이 생기기도 한다"고 짚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해 대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개정하며 아동·청소년 연예인 보호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아동·청소년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요구할 수 없으며 과도한 시간에 걸쳐 일을 시키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함께 학습권,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어 2014년에는 '을(연예인)의 인성교육 및 정신건강 지원' 조항이 추가됐는데, 이는 연예인 본인이 건강에 이상신호를 감지하면 즉각 기획사에 활동 중단을 요청할 수 있으며, 기획사는 연예인의 신체적·정신적 준비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 이러한 조항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준수 정도는 엔터테인먼트의 규모, 운영 방침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은 업계에서도 신인 육성 과정에서부터 이 같은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심리 치료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연습생들도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러나 이 또한 소속사 별로, 개인 별로 차이가 크다보니 조금 더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 일부 연예 기획사들은 심리 상담 창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이기는 하나 부정적 이슈로 비쳐질까 숨기기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상담사의 방문을 통해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 연예인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를 상대로 교육을 개최, 청소년 연습생·연예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코칭을 진행 중이다.
악플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악플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이번 설리 사망 사건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특정할 수 없는 익명의 대상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악플'이다. 생전 고인은 지난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바 있다. 이후 2015년 팀을 탈퇴한 그는 배우로 연기에 집중했는데 복귀를 하고나서도 악플의 고통은 끊이지 않았다.

백종우 센터장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악플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수치로 측정한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고통이 상당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익명성이라는 특성상 나쁜 의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예기치 못한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악플을 제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있고, 각자 악플의 위험도에 대해 깨닫고 자성하려는 노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명인의 사망 사건을 다루는 사회와 언론의 태도 또한 그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故 설리 비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고인이 생전 논란을 겪었던 사진을 사용하는가 하면, 시신 운구 현장 사진을 그대로 찍고, 유가족의 요구를 무시한 채 빈소를 공개하는 등 선을 넘은 보도 경쟁으로 기함케 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가 개정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다섯 가지의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명인의 죽음을 보도할 시 사진, 동영상을 유의해서 사용해야 하며, 구체적인 방법,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또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이 또한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친다.

백 센터장은 "몇몇 보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해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사망 수단을 언급하지 않는 등 권고 준수 측면에서의 많은 협조가 있었다. 지난 2017년 12월만 해도 준수율이 낮았는데 그에 비해 이번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명인의 죽음은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한다. 이는 독일 문학가 괴테가 1774년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이를 모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베르테르 효과'의 단적인 예로 2008년 故 최진실이 사망했을 당시 전년도보다 자살자가 1000여 명이나 늘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1년 이후로 줄어들던 자살률이 지난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가장 많이 증가한 시기가 1, 3, 7월로 그 시기에 유명인의 자살이 있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콜롬비아대학 연구팀은 2014년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사망한 직후 네 달 동안 자살률이 약 9.8%이상 늘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베르테르 효과'와 상반되는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도 있다.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자살률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록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사망 사건이다. 백 센터장은 "당시 언론과 유가족 등이 극단적인 선택의 행위, 수단이나 방법 등이 아닌 기존에 그가 앓고 있던 알코올, 마약, 정신건강 등의 문제를 다뤘다. 되려 자살률이 감소했는데 언론의 노력으로 '파파게노 효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르테르 효과'의 경우 유명인의 영향이 분명 있지만 이는 대부분이 동요를 느끼는 게 아닌 5% 정도의 자살 위험군, 즉 위기 상황인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커트 코베인의 경우 언론의 분별력과 노력으로 '파파게노 효과'가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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