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인권 수사 강화 방안 등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2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간부들조차 이날 검찰개혁 발표가 끝난 뒤에야 조 장관의 사퇴 계획을 전해 들었다. 대검찰청과 윤석열 검찰총장 측도 조 장관의 사퇴에 대해 미리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직후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발표한 A4용지 4쪽 분량의 입장문에서 “국민께 너무도 죄송스럽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생의 사명’으로 삼았던 검찰개혁이 ‘제도화 궤도’에 올랐다는 점을 사퇴 근거로 들었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고,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다”며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의혹, 자녀 입시 의혹, 사학재단(웅동학원)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족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했다.

조 장관은 법무부 간부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3시30분께 법무부 청사를 나섰다. 김오수 차관 등 법무부 직원들이 청사 입구까지 나와 배웅하자 조 장관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조 장관은 차에 올라타기 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다. 감사하고 고맙다”며 “저는 이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 여러분께도 감사하다”고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청사를 떠났다.

조 장관이 사퇴하면서 15일로 예정된 법무부 국정감사는 장관이 공석인 채 열릴 예정이다. 의원들 질의에는 김 차관이 대신 답변한다.

이주현/이인혁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