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및 공휴일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수호를 외치는 집회들로 서울 도심이 들썩거리고 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집단이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일대에서는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진보 세력이 집회로 맞서고 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12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제9차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연다. 진보 세력 유튜버인 이종원 시사타파TV 대표(사진 왼쪽)가 이끄는 이 단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한 ‘개싸움 국민운동 본부(개국본)’와 같은 곳이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였지만 지난 8월 중순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조국 수호’로 활동 방향을 바꿨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부터 대법원 인근이나 광화문광장에서 ‘양승태 구속 촉구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 집회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스스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난달 26일 이후부터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인 ‘클리앙’과 ‘MLB파크’ 등에 조국 집회에 참가하자는 홍보글이 돌았고 참여자가 급증했다. 개국본은 자발적인 집회 참여와 후원금, 자원봉사자들로 집회가 꾸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조직적으로 집회를 지휘하는 세력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전국적으로 관광버스를 동원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자금을 대는 쪽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세력 집회 중심에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가 있다. 이 단체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운영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오른쪽)이 대표를,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총괄 본부장을 맡아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우리공화당 등 보수 진영이 합류해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세력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범투본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단체와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146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노태정 자유통일대표가 총괄실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무성 심재철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오세훈 홍준표 등 정치인이 108명의 시위 준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주축은 기독교 세력이다. 장경동 중문교회 목사 등 27명의 한기총 소속 목사가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수부→특수부→반부패수사부? 간판 바꾸면 메뉴 달라지나""포토라인은 조리돌림…與, 50점 짜리라도 개혁 해내는 게 중요"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11일 "검찰 특수부(특별수사부)가 영업 안되는 데는 문 닫고 잘 되는 곳은 간판만 바꿔서 계속 가면 신장개업이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유 이사장은 이날 공개된 재단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와 심야조사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의 개혁방안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그는 "과거 대검찰청 중수부(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특수부를 만들었다가, 이제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며 "간판을 바꾼다고 메뉴가 달라지나"라고 반문했다.함께 출연한 김남국 변호사는 "3곳으로 줄인다 했지만 다른 곳은 특수부가 수사할 사건이 별로 없다고 한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이라고 지적했다.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그래서 (특수부) 검사 숫자도 제한해야 할 것 같다"며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의 90%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역설했다.유 이사장은 "검찰이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은 심야 조사 폐지나 포토라인을 없애는 것은 국민이 검찰을 덜 무섭게 느끼게 하는 효과는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또 포토라인 관행과 관련해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씨가 여러 건으로 재판을 받는데, 포토라인에서 이재용씨를 별로 보고 싶지 않다"며 "조금 조리돌림 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회의 의장을 할 때 정치 깡패나 재판받던 사람들의 목에 '나는 깡패다' 문구를 달아 종로통 행진을 시켰는데, 극심한 형태의 조리돌림"이라며 "죽을죄를 진 사람에게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그러면서 "공개소환이라는 명분 하에서 포토라인을 만들어 진짜 망신을 준다"며 "아무리 중한 혐의가 있어도 무죄 추정 원칙이 있는데 재판도 아니고 검찰 수사인데 벌써 조리돌림식 망신을 당하게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 개인 판단에 따라서 언론에 찔끔 흘리는 식으로 하는 것은 조국 사태에서도 보지만 죄악이고 범죄"라며 "거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유 이사장은 백 의원이 특수통을 전진 배치한 지난 검찰 인사가 잘못됐다며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이 모두 특수통"이라고 비판하자 "그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백 의원이 "조 장관도 후회할 것"이라고 하자 유 이사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라인이 사태를 안이하게 본 것이고 검찰개혁 등 사법개혁에 대한 세세한 계획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조 장관이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유 이사장은 또한 "검찰총장이나 중앙지검장에게 건의하고 싶다"고 말하며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의 일화를 소개했다.유 이사장은 "김경록씨가 말해준 작은 사례인데, 그가 기자들에게 사진 찍히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출입증을 주는 직원이 자기 이름을 크게 부르는 바람에 몰려온 취재진에 사진 찍혔다고 한다"며 "작은 일이지만 검찰도 시민을 위해 신경 좀 써달라"고 주문했다.그는 "집권 여당은 50점짜리라고 해도 해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때처럼 성과 없이 끝나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정부 여당이 타격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결정적일 때 골을 넣는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의) 황희찬 선수를 본받아 지혜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 윤중천 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일가’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판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11일 논란이 된 윤 총장의 스폰서 접대 보도에 대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차 ‘오늘 중 사실관계를 파악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걸 파악 안 해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민주당은 공식 언급을 꺼리면서도 파장엔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 갖고 윤 총장을 비판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몇몇 의원은 윤 총장의 스폰서 접대 의혹을 접한 적이 있다고도 밝혔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접대까지는 모르겠지만 윤중천과 윤 총장이 만난 적이 있다, 밥을 같이 먹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지도부에서 나왔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학의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거야말로 완전히 까야(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을 봐주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한국당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검찰의 ‘조국 수사’를 방해하려는 언론 공작이자 찍어내기라며 대대적 공세를 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설’로 중도 낙마한 사건이 데자뷔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도처에서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매일 터지고 있다”며 “물타기와 본질 흐리기 공작이 지칠 줄을 모른다”고 했다.한국당은 이날 대법원에서 현장 국감대책회의를 열고 법원이 증거인멸 등 발부 사유가 명확한 조 장관 동생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장악해 ‘좌파독재’의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윤 총장 후보자 시절 민정수석실 차원서 점검"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였을 당시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인사 검증을 책임지고 있었다.조 장관은 11일 오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보도 내용에 대한 점검을 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대검찰청이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허위 사실"이라며 "검찰총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근거 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조 장관이 확인해준 셈이다.주간지 한겨레21은 이날 윤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 윤중천 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조사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한겨레21은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씨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이에 대해 대검은 "검찰총장은 윤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당연히 그 장소(별장)에 간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