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민주화운동 피해 국가배상 불가' 법조항 위헌 결정
법원 "일부위헌 아닌 한정위헌으로 해석돼…기속력 없다"
"민주화운동 보상받으면 국가배상 안 돼"…헌재와 반대 판결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사건과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음에도 이를 다르게 받아들인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헌재의 위헌 결정이 어떤 성격을 갖느냐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는데, 이번 판결은 헌재 측의 해석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A씨는 1976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가 재심을 통해 201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당시 법원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상금을 받았으므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꼽은 판결이기도 하다.

이 판례는 지난해 헌재 결정으로 뒤집혔다.

헌재는 보상금 지급에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민주화운동 보상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이 재심을 받아 국가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실제로 이후 제기된 소송의 하급심은 대부분 헌재 결정의 취지를 따라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A씨가 낸 이번 소송도 헌재 결정 이후 이 취지를 따라 국가배상을 인정해 달라며 다시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 당시에도 그 해석을 두고 헌재와 법원행정처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운동 보상받으면 국가배상 안 돼"…헌재와 반대 판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헌재 사무처장은 이 결정을 두고 "명백한 일부위헌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해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행정처장은 "한정위헌인지 일부위헌인지 여러 견해가 있다"며 "재심이 청구되면 해당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위헌은 법률의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으로,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반면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이 아닌 그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경우 기속력(변경 없이 따라야 하는 결정력)이 없다고 본다.

대다수 하급심은 일부위헌이라는 해석을 따른 반면, A씨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를 한정위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은 일부위헌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정위헌결정과 완전히 동일하다"며 "이런 방식으로 모든 법률해석의 문제를 조항 일부의 위헌 문제로 취급할 수 있으므로, 이를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한 위헌결정으로 허용한다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해석의 문제일 뿐이므로 그 판단은 법원의 권한에 속하고, 헌재 결정은 법원의 판단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A씨의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과거와 똑같은 판단을 내렸다.

만약 앞으로도 하급심에서 이처럼 헌재 결정의 해석을 두고 엇갈린 판결이 계속된다면, 이를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A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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