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앱'으로 적립금 쌓고
거스름돈은 '강제 저축'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1년에 수십만원 아꼈죠"
직장인 김모씨는 한 달 전부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재테크하는 ‘앱테크(앱+재테크)’에 푹 빠졌다. 그는 오전 8시 휴대폰 잠금화면의 광고를 보며 회사로 향한다. 광고 앱을 설치한 뒤로 광고를 볼 때마다 쇼핑몰 포인트가 쌓인다. 오후 2시엔 퀴즈 풀기 앱을 켠다. 하루 한 문제씩 정답을 맞히면 적립금 50원씩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잠들기 전에는 걷기 앱을 실행해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한다. 하루 1만 보씩 나흘을 걸으면 통신비 3000원을 깎아주는 앱이다. 그는 “재테크 관련 앱만 네다섯 개 사용하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앱을 활용하면 한 달에 1만원 이상 생긴다”고 말했다.

구두쇠처럼 아껴 돈을 모으거나 투자하는 ‘짠테크’가 김과장 이대리들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목돈 만들기가 마땅치 않은 점도 한몫했다. 불경기 탓에 1000원이라도 아끼고, 모으고, 불리려는 직장인의 사연을 들어봤다.
[김과장 & 이대리] 1000원도 다시 보는 '짠테크족' 직장인

첫 시작은 소비 줄이기

‘절약은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에 따라 김과장 이대리도 소비부터 우선 줄인다. 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하 사원(29)은 이달 초 가로세로 길이 50㎝ 대형 달력을 하나 장만했다. 그는 이 달력에 하루 생활비를 담은 봉투 30여 개를 날짜마다 붙여 놨다. 그러곤 출근 전 하나씩 봉투를 뜯어 하루 생활비로 쓴다. 이른바 ‘봉투생활법’이다. 한 달에 하루는 돈을 쓰지 않는 ‘노(no) 머니데이’로 정했다. 이날은 교통비, 식비를 빼고 1원도 쓰지 않는다. 매달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값을 줄이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그는 “매일 봉투에 담긴 돈만 쓰다 보니 예전보다 생활비를 30%는 아끼고 있다”고 했다.

하루 3~4잔씩 커피를 마셨던 이 대리(30)는 두 달 전부터 ‘내 돈 주고 사 먹는’ 커피는 끊었다. 하루 커피에 쓰는 돈만 1만원을 넘는다는 걸 알고서다. 그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커피값 5000원을 다른 통장에 모아뒀다”며 “한 달 단위로 보면 절약한 커피값이 2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몇백 원이라도 더 아끼려고 신용카드를 ‘갈아타는’ 직장인도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 차장은 최근 신용카드를 모두 정리하고 한 장을 새로 만들었다. 유명 커피 브랜드는 50%, 대중교통과 택시요금은 10% 할인해주는 카드다. 지출 대부분이 식사, 커피, 대중교통인 점을 고려했다. 해외에서 카드를 쓰면 1만원을 돌려주는 이벤트가 있어 지난 여름휴가 땐 1만원을 돌려받았다. 김 차장은 “할인받을 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1년을 생각하면 30만원 정도를 아끼게 된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33)는 신용카드를 다섯 개에서 두 개로 정리하면서 지출액도 줄었다. 각종 카드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이들 카드 실적을 채우던 습관을 바꾸면서다. 지금 쓰고 있는 두 장의 카드는 통신비와 인터넷 요금을 깎아주는 게 전부지만, 소비가 줄면서 여윳돈은 오히려 많아졌다. 그는 “자잘한 혜택보다 한두 개 확실한 혜택을 받으면서 카드 지출을 줄이는 게 더 나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했다.

토스 등 ‘앱테크’ 수익도 쏠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저축하는 ‘앱테크’도 인기다. 직장인 손 대리(30)는 토스카드로 1000원 미만 잔돈을 모은다. 토스카드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비바리퍼블리카가 내놓은 서비스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3200원을 결제하면 800원을 자동 인출해 지정 계좌에 넣어준다. 이렇게 모은 돈이 두 달에 5만원을 넘었다. 그는 “일부러 저축하지 않고 자연스레 잔돈이 쌓이다 보니 매월 ‘공돈’을 얻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걸을 때마다 적립금이 쌓이는 걷기 앱은 필수 아이템이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 주임(29)은 걷기 앱을 통해 1주일에 3000원을 거뜬히 번다. 영업관리 업무 특성상 매장을 돌아다닐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1만 보 이상 걷다 보니 거의 매주 할인 혜택을 받는다”며 “동료들과 걷기 기록 내기를 하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 대리는 이달 초 ‘자동걷기 거치대’까지 구입했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면 거치대가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걸음 수를 올려준다. 가격은 1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정 대리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걸어놓으면 아침에 걸음 수가 3만 보 정도 올라가 있다”며 “한 달을 쓰면 적립금을 1만2000원 정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금융상품은 이자율 높은 이벤트 상품을

돈 아끼기, 모으기를 마친 직장인들은 이제 ‘불리기’에 나선다. 우선 이자가 높은 이벤트성 금융 상품을 고르는 게 기본이다. 광고업체에 다니는 조 대리(33)는 핀테크 업체의 이벤트 상품에 가입했다. 일반 은행 예·적금 이자가 연 1~2%인 반면 인터넷은행 등이 이벤트로 내놓는 적금 상품은 연 5~10%에 달한다. 추가 금리 대신 그만큼을 온라인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주는 곳도 있다. 고금리다 보니 가입 경쟁도 치열하다. 조 대리는 “적금 신청 개시 1초 만에 마감된 상품도 봤다”며 “높은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이 정도 경쟁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직장인도 있다. 국내 한 건설사에 다니는 윤 사원(29)은 코스닥벤처펀드에 매달 100만원씩 붓고 있다. 지난해 5월 적립식 펀드로 가입해 벌써 1년5개월째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 펀드에 가입하면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1인당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도 된다. 윤 사원은 “매월 100만원씩 저축하면서 소득공제로 연말정산 때 돌려받은 세금도 적지 않다”고 했다.

두 아이를 둔 직장인 양모씨(38)는 최근 수협은행에서 ‘쑥쑥크는 아이적금’을 들었다. 5년 만기에 월 10만원까지 적금이 가능한 상품이다. 연 4% 이율을 보장하는 이 상품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7세 미만 아이 한 명당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은 고스란히 적금 붓는 데 들어간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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