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감사 도중 직원들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면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4일 인권위는 A대학 직원들이 이 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진정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A대학교 총장과 본부장은 올해 종합감사를 진행하던 중 팀장급 직원 18명을 소집해 “감사에 필요한 컴퓨터 데이터 제출 및 복사 등 절차에 최대한 적극 협조하고, 자료 은닉 등의 행위가 있으면 징계 및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이후 A대학은 직원 동의 없이 업무용 컴퓨터를 수거했고, 노동조합이 반발하자 일부 직원들에게 인사 조치를 내렸다.

대학 측은 “각서는 감사 대상자의 경각심 고취와 감사 불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 내용은 진술권과 항변권 등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아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각서에 서명하도록 강제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대학 총장 등에게 인권 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