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도 모르고 세무 대리하다니" vs "국민 선택권 넓혀야"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세무사들 집회 등 강력 반발
세무사 - 변호사, 업무영역 '밥그릇 전쟁'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세무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현재 세무사 1만3000여 명보다 많은 약 1만8000여 명의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지난달 24일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주최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집회’(사진)에는 소속 세무사 7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세무사고시회는 “회계지식 없이 납세자의 장부 작성을 대리하는 게 말이 되냐”며 “대부분 변호사가 세금신고를 스스로 못해 세무대리인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2004~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가 실무교육을 받으면 세무사 업무인 세무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못하게 한 본래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 업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세무 전문가들을 키워내고 있고, 세무사법 개정안으로 국민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맞섰다. 그동안 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은 “세무사의 직무인 조세에 관한 각종 신청과 자문, 의견 진술은 본래 ‘세법의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에 속하는 변호사의 직무”라며 “세무사들이 세무대리를 독점하는 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은 “현행 변호사 시험과 이전 사법고시 시험 과목에는 회계학이 없고, 사법고시 응시자 중 조세법을 선택한 인원은 전체의 1%, 변호사 시험 응시자 중에서는 2%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곽 회장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신규 변호사 사무실에서 세무 경력이 있는 사무장들을 영입해 변호사 명의만 내걸고 실제 업무는 사무장이 맡으려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사 단체는 장부작성 대리 등 세무사 핵심 업무를 제외한 세무대리 업무만 허용하는 내용의 별도 법안을 추진하는 한편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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