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는 강화하면서 소급·공급위축 논란에 상한제는 '유예'

정부가 1일 주택임대·매매업자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다.

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돈줄을 죄기 시작한 2017년 8·2 대책,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을 비롯한 지난해 9·13 대책, 지난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발표에 이어 이 정권 들어 벌써 네 번째 부동산 대책 또는 보완책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추가 대책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정부 기대나 의도만큼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까지 정부가 직접 규제하겠다는 '상한제' 예고가 오히려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워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재건축 단지에 6개월의 시간 여유를 주고 분양(공급)을 유도하는 '고육책'까지 마련했다.

강남아파트 평당 1억 육박…집값 안 잡히자 또 추가대책
◇ 서울 아파트값 13주 연속 상승…넘쳐나는 유동성도 '불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12일 분양가 상한제 방침을 발표한 직후인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천에서 (민간택지 아파트 평당가격이) 4천만원까지 나왔다는 것은 강남에서 6천만원, 8천만원이 나온다는 것이고, 시세가 1억원이 된다는 것인 만큼 이런 시그널(신호)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했다"고 대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발표 불과 이틀 만에 강남에서 실제로 약 3.3㎡(1평)당 1억원의 매매계약이 체결될 만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상한제 경고' 효과는 미미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http://rt.molit.go.kr)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59.95㎡)은 8월 14일 23억9천8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9천992만원으로, 사실상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정부 공인 한국감정원 시세 조사에 나타난 집값도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23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6%(전주 대비) 올라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름 폭도 지난해 10월 둘째 주(0.07%) 이후 50주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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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꼽히는 이른바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가 서울 평균보다 높은 0.07∼0.1% 뛰며 강세장을 주도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가 집값 안정과 함께 인기가 떨어진 '갭 투자'(전세 보증금을 승계한 주택 매입)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3월 46.3%였던 서울 지역의 갭투자 비중은 지난 8월 57.8%까지 뛰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만 따지면 8월 현재 갭투자 비중은 63.8%에 이른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속 넘쳐나는 시중의 유동자금도 문제다.

광의통화(M2) 기준 2천811조원(7월 기준)까지 불어난 유동성은 강력한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투기·투기과열지구의 주택매매·임대업자를 포함한 개인사업자, 법인의 돈줄을 LTV 등을 통해 더 강하게 죄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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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 상한제 입법예고 중 반발 크자…6개월 유예로 '달래기'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규제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미뤄주기로 '유예' 규정을 둔 것이다.

우선 지나친 소급(遡及·법률 효력이 과거 사안까지 영향을 미침) 위헌 논란이 정부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에 모두 4천949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의견을 냈다.

'반대' 견해가 우세했고. 특히 기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소급' 적용에 반발하는 내용이 눈에 띄게 많았다.

당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어떤 지역에서 시행되면 무조건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이 이뤄진 단지부터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지정-추진위 구성-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어 기존 거주자 이주와 철거까지 진행된 단지조차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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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로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가 떨어지면, 앞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인가 당시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나기 때문에 소급 입법과 재산권·평등권 침해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아파트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을 이끈다는 지적도 이번 '보완책'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민간택지에까지 상한제가 실제로 적용되면 재건축 사업과 분양 등 공급 자체가 줄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히려 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도 6개월 유예 기간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서도록 조합에 '길'을 터준 것으로 해석된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받았지만, 아직 분양(입주자 모집) 단계에 이르지 못한 단지는 61개, 6만8천가구 규모"라며 "6개월 유예 기간이 주어지면 이들 단지 중 상당수는 분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