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일부 자치구에서 쓸 수 있는 1000억원어치의 지역화폐를 7%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해 제로페이 앱(응용프로그램)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화폐로 제로페이 가맹점의 물건을 사면 서울시가 가격의 7%만큼 깎아주면서 지역화폐를 쓰는 사람을 제로페이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경제 규모가 압도적인 서울시가 시외에서 유통이 불가능한 지역화폐를 도입하면 경기, 인천 등 인근 지자체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화폐 1000억 발행…'제로페이 살리기' 나선 서울시
서울시 관계자는 1일 내년에 1000억~2000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화폐를 살 때 정가의 일정 비율을 깎아주는 할인율은 7%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5%, 자치구가 2%를 분담하는 식이다. 자치구별로는 각각 100억원 수준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일단 10개 자치구에 지역화폐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3개 자치구에만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1차 수요 조사를 거치면서 강북, 중랑 등 8개 자치구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시범 자치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가 부담할 예산은 1개 자치구당 2억원 수준이어서 큰 부담은 없다”며 “시범 자치구에서만 지역화폐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제로페이 활성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민간사업자 앱에서만 할인율 7%가 적용된 지역화폐를 쓰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로페이 민간 사업자 앱에서 지역화폐 포인트를 정가보다 7% 할인된 가격에 사면 정가만큼 포인트가 쌓이고, 이 포인트를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지역화폐 담당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 측과 국비보조금 규모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행안부는 보통 지역화폐를 도입한 광역 지자체의 경우 지역화폐 할인율의 4%포인트를 국비로 분담해 준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가 집중된 서울시가 부의 유출을 막는 지역화폐를 도입하면 다른 광역지자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국비보조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