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제1차 국민정책 제안…겨울철 고강도 대책 담아
"12∼3월 초미세먼지 '나쁨' 열흘 이상 감소…최고농도 137→100㎍/㎥ 미만으로"
반기문 "한국 '기후 악당' 비판받아…미세먼지 긴급처방 필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은 30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체질을 바꾸는 보약이나 운동이 아니라 병으로 쓰러진 사람을 당장 살릴 수 있는 강한 약물과 긴급 처방, 수술 같은 강력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반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국민정책 제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제안 내용이 지나치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회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이 정도 대책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최대 27곳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고강도 대책이 담긴 '제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반 위원장은 "세계 주요국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사회로 옮겨가는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는 석탄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런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이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무의미한 책임 공방에서 탈피하고 선제 저감 노력으로 국가 간 협력을 요구하려고 한다"며 "제안 내용이 현실화해 사시사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국민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국고를 지원하는 것보다 12월부터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정책참여단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월 2천원'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준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분석 결과 이번 대책으로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기요금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평균 약 1천200원 인상될 것으로 추산됐다.

안 위원장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4개월간 총 5천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의견을 더 확인해야겠지만,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구매비를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이 시행되면 12월부터 3월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이 30일 이하일 것으로 추산됐다.

전년 동기에는 42일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하루 최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100㎍/㎥ 미만일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동기에는 137㎍/㎥이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개월간 5개 전문위원회 130여명의 전문가,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했다.

국민정책참여단에 속한 백치현(28) 씨는 "몇 년 전부터 서울을 '회색 도시'라고 느꼈는데 앞으로는 미세먼지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다"며 "우리 아이들이 미세먼지를 역사책에서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서현(34) 씨는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상에서 내가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한국 '기후 악당' 비판받아…미세먼지 긴급처방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