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등, 친인척 청탁·면접 절차만으로 비정규직 채용
"서울시 일반직전환 정책 시일 촉박·재정 고려 없던 것도 문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비정규직 채용, 이후 아무런 평가 없는 정규직 전환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노동 정책에 편승한 무분별한 '정규직 프리패스'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과 지자체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가운데 ▲ 비정규직 채용 절차의 투명화 ▲ 정규직 전환 절차의 합리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친인척 청탁·無시험' 비정규직 채용 뒤 정규직 전환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일반직 전환 대상자에 불공정하게 채용된 무기계약직도 다수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구(舊)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는 과거 기존 직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등 45명을 면접 등 간소한 절차만 거쳐 채용했고, 구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는 사망 직원의 유가족 1명을 아무 평가 없이 기간제로 임용했는데 이들 46명은 모두 지난해 3월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또 2016년 구의역 사고수습 대책에 따라 위탁업체 직원 직접 채용 계획을 미리 알고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부당 채용됐던 서울교통공사 임직원 친인척 등 14명이 무기계약직을 거쳐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52개 협력사가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3천604명에 대해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전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했다.

감사원이 3천604명의 채용 과정을 점검한 결과, 채용 관련 서류가 없어 채용방식 확인 자체가 불가능(773명)하거나 공개경쟁 없이 비공개로 채용(40명)된 경우가 발견됐다.

또한 서류·면접심사표가 아예 없거나 폐기되는 등의 사례도 3천339명(중복 사례 포함)에 달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 가운데 44명은 협력사 간부급 직원 및 공항공사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비공개 채용이거나 내부위원만으로 면접이 이뤄지는 등 채용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절차를 통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협력사 채용이 불공정·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대로 두면 당초 불공정·불투명하게 채용된 협력사 및 공사 임직원의 친인척 등이 공사의 정규직 전환에 부당하게 편승해 공사의 정규직으로 채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LH)공사는 공사 직원이 비정규직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친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해 2017년 4월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공사 임직원이 채용 담당자에게 자녀 등 친인척 비정규직 채용을 청탁하고 채용 담당자가 이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친인척 5명을 부당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시 2017년 12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전KPS주식회사는 비정규직 채용 시 채용공고 상 자격요건을 미충족(4명)하거나 허위 경력증명서를 제출(1명)한 사람을 부당하게 채용했다.

또한 채용 공고 없이 임직원의 청탁으로 자녀를 단독 면접을 통해 고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총 80명을 채용했으며 이들을 지난해 4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이후 채용공고 등의 절차 없이 직원의 친인척 등 14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거나, 업무와 관계없는 특정경력을 응시 자격으로 제한해 퇴직직원 3명을 채용했다.

특히 전직 지사장의 자녀 등 4명을 채용했으며 이 중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공개채용 업무조차도 부적절하게 진행했다.

구 서울메트로는 2017년 7월 전동차 검수지원 및 모터카·철도장비 운전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합리적 근거 없이 단순히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사유로 합격권이었던 여성지원자 6명의 면접 점수를 과락으로 일괄 탈락시키고 대신 불합격했어야 할 남성지원자 1명을 채용했다.

구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17년 4월 승강장 안전문 보수 분야의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필기시험의 오류 문항을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하고도 유효한 것으로 잘못 채점, 8명은 필기시험에서 부당 합격한 반면 6명은 부당하게 탈락했다.

부당합격자 8명 중 4명은 최종 합격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3월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 감사원 "서울시 '무기계약직 제로(0)화' 정책, 무리한 추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 별개로 추진된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제로(0)화 정책'도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시책에 따라 지난해 3월 무기계약직 1천285명을 신규채용 방식으로 근무 기간 3년 이상은 7급(273명)으로, 3년 미만은 7급보(1천12명)로 일괄 전환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일반직 전환 완료기한을 4개월로 촉박하게 설정하는 등 정책을 부실하게 시행·수립했다고 밝혔다.

또한 불공정한 경로로 입사한 무기계약직을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아울러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가 일반직 전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일반직 전환에 따른 임금·처우개선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며 "(서울시가) 일반직 전환 업무를 무리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일체의 평가 절차도 없이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일괄 채용하면서 당초 불공정한 경로로 입사하거나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도 일반직 전환 대상에 포함했다.

공사는 또 근무기간 3년 미만인 일반직 7급보 전환자를 대상으로 근무기간 3년 경과 시 7급 승진시험을 실시하면서 시험 수준을 무기계약직 공채 수준(고졸)으로 해 합격률이 93.6%에 이르는 등 무더기 승진을 시켜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일반직으로 전환한 7급보 전원이 7급으로 승진할 때까지 발생하는 일반직 결원에 대해 노사 요구에 따라 신규채용하지 않고 퇴직자 등을 기간제로 충원해 일반 국민의 채용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일반직 전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 직원들을 징계 처분하라고 요구하고, 능력 입증 절차 없이 일반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1천285명의 업무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