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노동계가 또 제동을 걸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해외 관할 당국에 “M&A 승인을 불허해달라”는 요지의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 현대重 합병 불허해달라"며 유럽 가겠다는 민노총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재벌 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업결합심사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태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정권은 오로지 조국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조선산업의 미래에는 관심도 없다”며 “명백한 독과점을 막기 위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이 의견서를 내려는 곳은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이다. 기업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기업결합, 보조금에 관한 규제를 집행하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한다. 경쟁총국은 1차 심사 때 기업결합이 역내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면 2차 심사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은 합병 반대 의견서를 제출해 2차 심사를 받도록 유도한다는 목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식적인 심사 신청이 들어오기 전 EU 측에 먼저 입장을 전달하겠다”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도 반대 의견서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의 이 같은 행위가 M&A 심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쟁총국이 수렴한다 해도 영향은 거의 없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면 승인 절차도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확정한 뒤 4월부터 EU 측과 사전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 카자흐스탄과도 심사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배태웅/김재후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