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사망진상규명위 조사결과 발표…"12건 순직처리 재심사 요청"
단순자살 처리된 김일병·김병장…34년 만에 "가혹행위 있었다"(종합)
지난 198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병사 2명이 군복무 과정에서 구타 등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5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표한 조사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군복무 중 사망한 '김 일병'은 당시 군당국에 의해 자해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당시 군은 "힘든 부대훈련과 부상에 따른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위원회는 "선임병에 의한 지속적인 구타, 구타로 인한 상처감염(봉와직염), 구타한 선임병과 격리해야 한다는 군의관의 조언 무시"가 김 일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점이 조사결과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선희 비상임위원은 "사망 당시 구타한 선임병과 야간 경계근무를 하도록 함으로써 결국 망인이 경계근무 중 자해사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자해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 김병장' 역시 배경에는 간부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정 비상임위원은 "김 병장의 경우, 당시 군조사 결과에는 '전역 8개월을 앞둔 망인이 불우한 가정환경, 장기간 GP(소초) 근무로 인한 군복무 염증으로 자살한 것'이라고 돼 있으나, 선임하사의 지속적이고 심한 구타 및 폭언, 가혹행위가 중요한 사망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김 일병과 김 병장에 대해 순직으로 재심사해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1969년 수류탄 폭발사고로 사망하고서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몰렸던 '정 일병', 갑작스러운 보직변경에 따른 심적 부담감이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확인된 '정 하사'(2015년 자해사망), 사인이 잘못 기재돼 수십년간 순직 심사대상에서 누락된 '조 일병'(1959년 일반사망) 등 다른 10명에 대해서도 순직 재심사를 요청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6·25전투에서 강제소집이 해제된 직후 사망한 '박 소위'에 대해서는 "전투 중 부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사(戰死)' 재심사 대상으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방부에 재심사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국방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조사활동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출범 이후 1년간 모두 703건의 진상규명 신청이 접수됐으며 현재까지 13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이 내려졌다.

619건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71건은 각하·취하 등으로 종결됐다.

이인람 위원장은 "망인의 순직이 결정됐으나 부모님이 사망한 경우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형제자매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 창군 이래 최근까지 3만9천여명의 비순직 사망자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에 대한 국방부 협의, 군복무 중 정신질환으로 전역한 장병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치료와 보상체계 마련 등 정책 제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출범한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84명으로 구성됐다.

활동 기간은 3년이다.

위원회는 과거에 활동한 위원회와 달리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군 소속 조사관이 배제되고 검찰과 경찰, 민간 인력으로 조사관 진용이 구성됐다.

국방부는 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 "법령에 근거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관련자에 대해 재심사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