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약가 인하 법안 제출…트럼프 "법안 보게 돼 기뻐"
'서로 으르렁' 트럼프·펠로시, 약가 인하에 모처럼 한뜻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1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값비싼 처방약 가격을 낮추자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비롯한 주요 사안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전을 서슴지 않던 두 사람이 약가 인하에 모처럼 뜻을 모은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9일(현지시간) 경쟁이 적어 가격이 비싼 약품 250개 중 최소 25개는 행정부가 매년 제약사와 협상해 가격을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미국은 처방약 가격이 가장 비싼 국가로 악명이 높다.

대다수 선진국은 국가에서 처방약 가격을 관리하는 단일 보험자 체제(single-payer system)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 정부의 노인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대상자뿐 아니라 모든 소비자가 약가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법안은 만약 정부와 협상하길 거부하는 제약사들에는 금전적인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약가 인하 공약을 내걸었고, 이는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펠로시 의장은 법안 발의 과정에서 백악관과 협의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삼자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펠로시 의장은 "나는 그가 그것을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해당 법안을) 보게 돼 기쁘다"라며 펠로시 의장을 이례적으로 치켜세우고, 공화당에는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을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서로 으르렁' 트럼프·펠로시, 약가 인하에 모처럼 한뜻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파열음은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 뒤부터 차츰 고조되자 올해 6월 정점에 달했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민주당 내에서 트럼프 탄핵론이 고조되자, 섣불리 탄핵을 추진했다가 트럼프 지지층 결집으로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펠로시 의장은 '감옥' 운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폐부를 찔렀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게 "나는 그가 탄핵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나는 그가 감옥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꺾어 자연인으로 돌려보낸 뒤, 러시아 내통과 수사 방해 등 혐의를 밝혀 감옥에 가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나는 그를 불안한(nervous) 낸시라고 부른다"며 "고약하고 복수심 강하고 소름 끼치는 인간"이라고 막말 "낸시 펠로시를 향해 "고약하고 복수심 강하고 소름 끼치는 인간"이라고 독설을 쏟아내며 비난했다.

이어 다음 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인종 차별적 발언이 충돌음을 한층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며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에 대해 "어떤 사람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에서 최악의 지역"이라고 혹평했다.

볼티모어가 고향인 펠로시 의장은 "커밍스는 시민의 권리와 경제 정의를 위한 의회 및 국가의 챔피언이자 볼티모어에서 사랑받는 지도자, 그리고 깊이 존경받는 동료"라고 감싸며 "인종차별주의자적 공격"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서로 으르렁' 트럼프·펠로시, 약가 인하에 모처럼 한뜻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