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연천군 백학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해 방역당국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8일 경기 연천군 백학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해 방역당국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ASF가 발생해서다. 아무런 교류가 없던 두 농가에서 잇따라 확진 판정이 나온 데다 ASF의 잠복기가 4~7일인 점을 감안할 때 경기 북부 일대에 이미 번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SF 확산 우려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이틀 연속 급등했다.

파주 이어 연천까지 뚫려

파주 이어 연천도 뚫렸다…'폐사율 100%' 돼지열병 경기 북부 전체로 퍼졌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연천군 백학면 한 양돈농장의 폐사한 돼지에게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8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이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4700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전날 파주시에 이어 이틀 연속 ‘돼지 흑사병’이 발생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ASF가 경기 북부 일대에 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주 연천뿐 아니라 인근 포천시 동두천시 김포시, 강원 철원군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앞으로 3주 동안 다른 지역으로 반출이 금지된다. 축사 출입은 수의사, 컨설턴트, 사료업체 관계자 등으로 제한된다. 경기도에 이어 경상북도와 충청북도가 돼지 반입을 당분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ASF 확산 방치 대책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최단 시일 안에 최소 지역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발병 농장에서 3㎞ 내에 있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는 발병 농가 500m 안에 있는 돼지만 살처분하도록 한 ‘ASF 긴급행동지침’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다. 이에 따라 연천군 발병 농가에서 3㎞ 내에 있는 돼지 5500마리가 추가로 살처분된다.

유입 경로는 오리무중

양돈농가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SF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감염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아서다. 어떤 경로로 전염됐는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된 예방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ASF의 감염 경로는 ①바이러스가 있는 음식물을 먹이거나 ②감염된 멧돼지를 통해 전파되거나 ③발병국을 다녀온 농장 관계자가 옮길 가능성 등 크게 세 가지다. ASF가 발병한 두 농가는 ①잔반을 먹이로 주지 않고 ②축사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으며 ③농장 관계자가 최근 ASF 발병국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파주와 연천 모두 지난 5월 ASF가 발병한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환경부는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농식품부는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기 위해 역학조사에 들어갔으나 결과는 6개월 뒤에야 나온다.

ASF 확산 우려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이틀 연속 뛰었다. 이날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진행된 경매의 낙찰가(오후 3시 기준)는 ㎏당 6571원으로 전날 전국 평균 경락가(5975원)보다 10.0% 올랐다. 전날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30% 넘게 급등한 만큼 ASF 발생 이틀 만에 44%나 오른 셈이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ASF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으면 돼지고기 가격은 다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돼지 사육두수가 1224만 마리로 평년(1083만 마리)보다 많은 데다 재고 물량도 18만5000t으로 평년(9만t)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 이동중지명령에 따른 단기간 물량 부족을 우려한 중도매인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뛰었다”며 “파주와 연천의 살처분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안효주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