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의 이발을 돕는 김광희 경위.
홀몸노인의 이발을 돕는 김광희 경위.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에 근무하는 김광희 경위(53)는 추석 등 명절 때마다 휴가를 내고 방문하는 곳이 있다. 벌초를 위해 산소를 찾거나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찾는 곳은 관내 세 군데 경로당이다. 이곳에서 김 경위는 ‘가위손 경찰관’으로 불린다. 그는 “올 추석에도 어르신 40여 명의 머리 손질을 해드렸다”며 “홀몸노인이 많아 말벗도 해드릴 겸 시작한 이발 봉사가 명절마다 이어지는 동네 행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발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7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근무할 때 거동이 불편한 지역 주민의 이발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됐다. 김 경위는 “머리카락이 삐뚤삐뚤 잘린 장애인 주민의 모습을 보고 이발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워 봉사해야겠다고 결심해 이발사 자격증까지 땄다”며 “관악경찰서에 근무할 때는 기동대원 100여 명의 이발도 도맡았다”고 말했다. 김 경위가 지난 13년간 이발해준 어르신은 5000여 명. 명절뿐 아니라 근무가 없는 날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재능기부를 하면 마음속에 엔돌핀이 솟는다”며 “혼자하던 활동이 알려져 올 추석에는 다섯 명의 경찰관이 함께 경로당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생활보호자의 식사 수발을 드는 박주만 경위.
생활보호자의 식사 수발을 드는 박주만 경위.
서울 금천경찰서에 근무하는 박주만 경위(58) 역시 지난 10여 년간 추석 등 명절마다 자원봉사로 바쁘게 지내왔다. 박 경위는 “추석 전날 성북구 관내에 있는 독거노인과 생활보호자 등 120여 명이 찾는 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도왔다”며 “추석 1주일 뒤가 아버지 제사라 지난 10년간 성묘 대신 봉사하러 갔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경찰서 내에서 ‘봉사왕’으로 통한다. 2000년 장애인 목욕 봉사를 시작으로 그의 자원봉사 활동은 20년간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드’에서 봉사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경찰관으로 국제행사에서 봉사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박 경위는 “평소에도 봉사활동을 보고 자란 두 아들과 함께 근처 노인복지시설에서 어르신 식사 수발을 들고 말동무를 해드리곤 한다”며 “봉사활동에 전문성을 높이려고 2016년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일은 많이 할수록 만족감 등이 더 커지는 걸 느낀다”며 “경찰 생활을 마무리한 뒤에도 지금처럼 다섯 개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이주현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