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범들 범행 인식하고도 제지는커녕 주요 역할까지 맡아"
'보물선 투자사기' 신일그룹 전 대표 항소심도 실형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내세운 투자금 사기행각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일그룹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항소3부(김범준 부장판사)는 신일그룹 전 대표 류상미(49)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15일 밝혔다.

류씨는 작년 4∼7월 동생 등 공범들과 함께 "울릉도 해역에 가라앉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면 150조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 9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이들 일당은 자신들이 1905년 가라앉은 돈스코이호를 처음 발견해 권리를 보유했고, 배에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려 있어 인양만 하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돈스코이호는 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이미 발견했지만 외교 마찰 우려와 자금 문제 등으로 인양되지 않고 있었다.

'150조원 금괴'도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었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을 사면 돈스코이호에서 나온 이익을 배당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한 '코인'은 암호화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단순 사이버머니나 포인트 수준이어서 비트코인과 같은 거래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 등은 신일그룹 등 법인을 설립해 유사한 이름의 건설사를 인수한 중견기업인 것처럼 홈페이지에 광고했으나 건설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류씨는 '돈스코이호 파문'이 시작되기 직전인 작년 6월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의 주식 양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일제강은 '보물선 테마주'로 분류돼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류씨는 계약대금 185억원 가운데 20억원밖에 내지 못했다.

이 사실이 공시되면서 이 종목 주가는 다시 연속 하한가로 폭락했다.

류씨는 이 사건의 주범으로 현재 외국 체류 중인 동생 부탁을 받고 범행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외 체류로 국내 활동이 어려운 동생을 대신해 신일그룹 대표이사를 맡고 수십억원에 이르는 신일골드코인의 판매대금 자금 집행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공범들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을 넘어 범행의 주요한 역할을 맡아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가로챘다"고 판단했다.

류씨는 항소심에서 "범행의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누나로서 동생 부탁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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