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위주·여행으로 대체 등 달라진 명절 풍속도도 한몫

"가뜩이나 손님들 줄어드는데 올해는 태풍까지 겹쳤으니…"

추석을 맞은 13일 경기 수원시의 전통시장인 지동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모(65) 씨의 심정은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태풍과 함께 날아간 명절특수…한가위 맞은 전통시장 '울상'
명절 전 최대 대목으로 꼽혔던 지난 7일 주말에도 태풍 '링링' 때문에 손님 구경이 어려웠고, 이어진 평일에도 가을장마와 함께 폭우가 이어지며 명절 특수를 거의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막을 덧대 비바람을 막고 어떻게든 장사를 해 보려던 김 씨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손님에 그저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5년쯤 전에는 연휴를 앞두고는 원래 시장에 손님들이 가득 차 걷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대목이 돼도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며 "가뜩이나 이번엔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특수를 아예 놓쳐버렸다"고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통시장을 향하는 발길이 끊긴 건 비가 잠시 그쳤던 지난 9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명절을 나흘 앞두고 차례상 차림 주부들로 북적대야 할 전통시장은 "황태포 3천500원"을 외치는 상인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대목을 노리고 평소보다 많은 양의 물건을 납품받은 상인들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건어물 상을 운영하는 A 씨는 "제수용 어포를 하나 팔아봐야 몇백원 남지도 않는데, 명절에 하루 100명은 와야 할 손님이 반도 안 오니 받아놓은 상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풍과 함께 날아간 명절특수…한가위 맞은 전통시장 '울상'
적은 수의 식구가 명절 당일에만 모였다가 헤어지거나 연휴 동안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달라진 명절 문화도 어려워진 전통시장 사정에 한 몫을 거들었다.

시장을 찾은 최모(58) 씨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가족만 20명 정도 모여 2∼3일씩 묵으니 식사 준비만 해도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최근엔 10명 정도가 당일에만 모였다가 헤어지니 2끼니 분량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 박모(55) 씨는 "이번 명절에는 아침 차례만 지내고 가족여행으로 연휴를 보내려고 한다"며 "상에 올린 음식도 다 먹지 못할 판이라 명절 준비도 최소한으로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카드 결제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고, 연휴 기간 갓길 주정차를 허용하는 등 주차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시민들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4일 화서시장에 아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많은 전통시장이 설비 보강으로 쾌적한 쇼핑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설개선, 시장별 캐릭터·먹거리 개발 등 다양한 시장 육성방안을 지속해서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