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영어를 시험으로 인식…영어 사용할 '즐거운 환경' 만들어줘야"
“문화적 맥락을 떠나 지식만 주입해서는 영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영미권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즐겁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는 학생은 아주 빨리 영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주한 영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샘 하비 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어교육은 ‘아카데믹’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4년부터 26년째 영국문화원에 몸담아온 하비 원장은 팔레스타인, 이집트, 나이지리아, 인도, 짐바브웨 등지에서 영어교육 및 영국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힘썼다.

취임 1년 만에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 하비 원장은 “한국은 영어를 하나의 ‘지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동과 청소년은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영어를 배우는 게 필요하다”며 “영어는 하나의 교과목이 아니라 일상을 사는 하나의 ‘스킬’이라는 생각을 자녀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식’ 기반의 영어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영어를 활용한 ‘참여’를 꼽았다. 영국문화원은 학생들이 영어를 쓰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게임, 음악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상 테이블을 통해 영국문화원이 주재하는 다른 나라 학생들과의 원격 수업도 한다. 하비 원장은 “한국 학생이 대만에 있는 학생, 유럽에 있는 학생과 화상으로 대화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영어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국문화원은 미성년 학생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도 영어교육을 한다. 영국문화원은 이달 초 경기 고양에 새로 문을 연 어학원을 포함해 학생 대상으로 4개, 성인 대상으로 3개의 어학원을 운영한다. 하비 원장은 ‘재미’를 강조한 학생 대상의 영어교육과 달리 성인에게 가장 중요한 영어 학습 요소로 영어를 배우려는 ‘뚜렷한 목적’을 꼽았다. 커리어를 개발하거나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등의 동기가 분명해야 영어 실력이 빠르게 는다는 것이다.

영어교육과 함께 한국과 영국 사이의 문화·학술 교류도 영국문화원의 중요한 업무다. 영국문화원은 한국의 초·중등 교사를 초청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지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영국 유학을 매개하거나 영국에 있는 예술 작품을 한국에 들여와 전시하는 등 양국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하비 원장은 “주한 영국문화원은 1973년부터 영·한 양국 관계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양국 젊은이들이 더욱 활발하게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