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입원지시 사실은 인정…선거법위반 판단은 180도 갈려
항소심 "발언의 취지 고려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러"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항소심에서 원심의 전부 무죄가 뒤집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집안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 지사의 정치적 명운을 가른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1·2심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롤러코스터 판결 `뇌관'은 결국 '친형 강제입원' 사건
1심과 2심은 모두 이 지사가 친형인 고 이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으나, 다수의 유권자가 지켜보는 합동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해 바라본 시각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거의 비슷한 취지로 판결문을 낭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분당구 보건소장 등에게 고 이재선 씨에 대해 구 정신보건법 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음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 이재선 씨가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오로지 이 씨를 사회에서 격리하려는 의도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울러 이런 절차 진행이 위법함을 알면서도 지시했는지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말이 어렵기는 하지만, 압축하면 강제입원 지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진행됐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이재명 롤러코스터 판결 `뇌관'은 결국 '친형 강제입원'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1심의 판단과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반전은 이 지사가 이와 관련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기지사 후보 TV 합동토론회 등에 나와 이런 절차 진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점, 즉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판단에서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 이재선 씨에 대해 위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절차가 일부 진행됐는데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함으로써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결국 이 지사의 토론회 답변 내용이 경기지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 것이다.

앞서 1심은 이에 대해 "질문 및 답변의 의도, 발언의 다의성, 당시 상황, 합동토론회의 특성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답변은 구체적인 행위의 존부를 특정할 수 없는 불분명한 발언이고, 그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유와 같이 "후보자 사이에서 주장과 반론, 질의와 대답에 의한 공방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어지는 합동토론회 특성도 고려할 여지가 있지만,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행해진 발언이라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음해성 비방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장애가 되고, 당시 이 지사에게 과도한 의혹이 제기된 측면도 없지 않으나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한 것은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