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왁자지껄
2019년 추석 귀성 열차 경부·경전·동해·충북선 예매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표를 구입하려는 귀성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9년 추석 귀성 열차 경부·경전·동해·충북선 예매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표를 구입하려는 귀성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3일 오전 8시 광주에서 용산 가는 기차표 팔아요.”
“KTX 왕복 할인예매 도와드립니다(2000원)”

추석을 앞두고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이같은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갑작스런 개인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예매한 기차표를 되파려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가 원래 가격에다 웃돈을 얹어 파는 ‘암표 장사꾼’들이다. 암표는 원래 가격 대비 적게는 5000원에서 1만~2만 원까지 비싸게 팔린다. 할인권, 우대권 등을 이용해 일반적인 가격보다 싸게 열차표를 구매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밝힌 암표 단속 실적.  /출처=홍철호 의원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밝힌 암표 단속 실적. /출처=홍철호 의원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KTX나 SRT 등 고속열차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상적으로 열차표를 양도하는 것처럼 속인 뒤 웃돈을 얹어 팔거나 할인권을 이용해 수수료 장사를 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온라인을 통한 암표거래가 활개치고 있지만 단속 실적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특히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단속권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암표 장사 단속 건수는 ‘제로’

이러한 기차표 장사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철도사업법은 철도 이용권을 명시된 구매금액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표를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할인권으로 대리예매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 역시 사실상 웃돈을 얹어 파는 것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라는 게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의 웹브라우저인 '웨일'의 확장프로그램 앱 장터에 올라온 KTX 자동예약 프로그램.  /출처=웨일 웹스토어

네이버의 웹브라우저인 '웨일'의 확장프로그램 앱 장터에 올라온 KTX 자동예약 프로그램. /출처=웨일 웹스토어

문제는 암표 판매가 엄연한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열차 암표 판매를 처벌하는 법이 생긴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암표 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제로(0)’다. 처벌 사례가 없다 보니 암표 판매가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암표상들이 표를 다량으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자동화프로그램(매크로)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의 웹브라우저용 앱(응용프로그램)장터인 크롬 웹스토어와 네이버의 웹브라우저용 앱장터인 웨일스토어에는 이같은 자동예약 매크로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코레일 측이 매크로 차단을 해도 지속적으로 버전이 갱신돼 제한하기 쉽지 않다. 매크로 제작자들은 “개인적인 용도로만 써달라”고 하지만 이러한 당부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코레일 “단속권 없어 적극 대처 어려워”

매년 명절을 앞두고 암표 매매가 기승을 부리지만 정작 판매기관인 코레일은 “단속권이 없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암표 판매 등 불법 행위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경찰의 주요 업무는 테러 방지, 열차 내 범죄 단속 등에 집중돼 있어 암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KTX 암표 거래 가격. 원래 가격에서 약 1만원을 비싸게 받고 있다.  /출처=웹사이트 캡처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KTX 암표 거래 가격. 원래 가격에서 약 1만원을 비싸게 받고 있다. /출처=웹사이트 캡처

코레일은 표 사재기 및 암표 판매 방지를 위해 구입할 수 있는 열차표를 예매 1회에 최대 6장, 1인당 최대 12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타인 명의를 이용해 다중 계정으로 예약하면 이러한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열차표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생기면서 암표 거래는 더욱 쉬워졌다. 익명 메신저로 거래하거나 도용된 명의로 거래하면 더욱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게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중고거래 업체들도 암표거래를 자체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구매 금액을 아예 적지 않거나 ‘1234원’ 등으로 적은 뒤 구체적인 금액은 “별도 연락바람”으로 기재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속자들이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양도인지 암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얘기다. 온라인 중고거래업체 중고나라 관계자는 “매년 명절에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불법거래 단속인원은 5명 내외로 적어 모든 게시글을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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