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회장, 사모펀드업계 최초 '한국 30대 부호' 진입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사진)이 ‘한국 30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PEF 운용사 대표가 30대 부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브스글로벌과 포브스코리아가 공동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9 한국 50대 부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총 1조7661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국내 23번째 부자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2016년 47위(7억3500만달러·약 8100억원)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2018년 43위(1조1133억원)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30위 안으로 들어왔다.

김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24위·1조7424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26위·1조6835억원), 이명희 신세계 회장(31위·1조3416억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39위·1조1886억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44위·1조827억원) 등보다 재산이 많았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20위·1조895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1위·1조8838억원) 등은 김 회장과 재산이 비슷했다.

국내 최고 부자는 19조8022억원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8조7224억원), 김정주 NXC 대표(7조425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 회장의 재산이 급증한 것은 주식 등 보유자산의 평가액 증가와 함께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1호 펀드가 청산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2005년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1호 펀드를 지난해 21억900만달러(약 2조5300억원) 규모로 청산했다. PEF 운용사는 출자자(LP)와 약속한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펀드를 청산하면 통상 수익금의 20% 이상을 성과보수로 받는다. 김 회장은 MBK의 1호 펀드 성과보수 중 50~70%를 분배받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국내 PEF 운용사가 점점 대형화함에 따라 한상원 한앤컴퍼니 회장,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 등도 조만간 국내 50대 부호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김 회장은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으로 이직하면서 PEF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칼라일그룹 아시아 회장을 지낸 그는 2005년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세웠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