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노사갈등으로 폐업
서울 서부지역 수강생들 '불만 폭발'

勞 "사측이 노조 탄압"
使 "설립자 건강 문제"
국내 최대 '성산자동차운전학원'은 왜 문을 닫을까

국내 1위 운전학원인 서울 마포구 중동의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하 성산학원)이 돌연 5일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의 갑질’ 때문이라고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노조 탄압’을 한다며 고용노동부에 부당폐업 진정을 냈다. 운전면허를 따려던 마포 서대문 은평구 등 인근 주민들은 주변에 학원이 없어 한강을 건너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게 됐다.

노조 생기자 9개월 만에 폐업

성산학원은 수강생이 연평균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운전면허학원이다. 학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2종 보통 수강료(교육 및 시험료)는 94만8000원으로, 산술적으로 따지면 연 수입이 약 1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측은 돌연 5일 학원 문을 닫겠다고 지난달 2일 발표해 수강생들을 큰 혼란에 빠트렸다.

회사 관계자는 “설립자(최수군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철도시설공단과 매년 부지 임대차 계약을 맺는데 임차료가 가파르게 올랐다”며 “게다가 노조가 대표를 고발하고 파업해 학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졌다”고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노조가 설립된 뒤 사측의 노조 탄압이 이어졌고 폐업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십수 년을 일한 강사와 신입 강사가 모두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노조를 세워 보너스 정례화, 근속수당 연 1만원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지난 6월 24일부터 주말교육을 중단했다. 노조는 이 조치가 강사들 수당을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봤다. 반발한 노조가 7월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이 폐업 공표를 했고, 이후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도 썼지만 사측이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측은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고소·고발 등 학원 운영을 방해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노조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들어주려면 연 13억원(연 매출의 10% 추정)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노조원들이 학원에서 ‘투쟁’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다니며 수강생이 줄었다고도 했다. 학원 관계자는“노조가 공익 목적이라며 회사 식당과 소방·세차시설 등에 대해 7~8건의 민원 제기와 행정고발을 했다”며 “반복되는 고소·고발로 대표가 조사를 받으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그러나 지난달 2일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위원회는 “관계법령과 기존 판례 등을 종합하면 노조 조끼 착용은 정당한 노조 활동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수강생 수가 줄었다고 인정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며 “제기한 민원도 학원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학원 비수기에 강사들을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등 본인 소유 토지에 보내 농사일을 시켰다는 의혹이 있어서다. 이 작업에 동원됐다는 강사 임모씨(48)는 “월요일 새벽 학원에서 출발해 무주에서 3박4일간 잡초를 제거했다”며 “불이익을 받을까봐 거부할 수 없었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조 설립 후인 지난 3월 최 대표를 부당노역 및 근로조건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일 강제 근로(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사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추가 수당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국내 최대 '성산자동차운전학원'은 왜 문을 닫을까

“성산학원 없어지면 한강 건너야”

성산학원이 이대로 문을 닫으면 서울 서부지역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한강을 건너 신도림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가거나 운전면허 취득 기능이 없는 자동차운전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도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기존 수강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합정동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는 “7월부터 성산학원을 다니며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원이 폐업해 다른 곳에서 도로주행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성산학원 다음으로 가까운 곳은 신도림자동차운전전문학원인데 집에서 멀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맘카페에도 “아들이 기능시험까지만 치렀는데, 학원에서 환불받으라는 연락을 못 받아 도로주행 수강료를 떼일 뻔했다”며 “환불받으러 찾아가니 도로주행 강사들이 파업해서 폐업한다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서부에 새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들어선다 해도 관련 기준을 충족하고 심사를 받아 개업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설지연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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