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교원단체 "경솔…수능 절대평가 등 공약부터 이행해야"
교총 "교육부 대처가 중요…졸속이면 상류층 유리해져"
대통령 '대입 재검토' 지시에 교육계 "졸속 안돼" 한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대학입시제도 재검토' 지시가 대입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3일 교육단체와 인사들은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라는 대통령 지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른바 'VIP 지시사항' 이행을 위한 졸속 개편이 이뤄지는 점을 우려했다.

진보성향 교원단체는 대통령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전날 대통령 지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 논란과 관련해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10년 전 입시의 문제를 가지고 현재 입시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대입 제도는 대통령 지시로 재검토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화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교육단체 간 많은 논의 끝에 대통령 공약이 된 정책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공약부터 이행하는 것이 대입 제도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에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자 입시를 이용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면서 "대통령 지시로 정시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학교 교육이 과거 문제풀이식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입 제도를 두고 논란이 반복돼 온 만큼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대입 제도는 물론 교육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최근 대입 공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만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시였다"면서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대통령 지시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대입 제도가 졸속으로 바뀌어 누더기가 되면 정보력 있고 대처력이 강한 상류층이 도리어 유리해진다"면서 "일단 작년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방안을 현장에 잘 안착시키면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기업 인력 채용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대입 제도 공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면서 "불공정성 지적이 많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관련해 비교과영역 준비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채용시장 불공정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 제도를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확 바꿔서는 안 된다"면서 "대입은 '제도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므로 크게 바꾸기보다는 세부사항을 정교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른 대입 제도 재검토가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채 유야무야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 대입개편을 위한 공론화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과 대통령 임기를 고려하면 현 정부 내 추가 대입개편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는 "지난해 공론화까지 해 대입 제도 '결론'을 내렸는데 이를 다시 수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대입 제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관료들은 이를 이행할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학종은 내신을 중시하는 초·중등 교육계와 비교과영역을 평가하고 싶은 대학의 이해가 결합한 형태"라면서 "교육관료 가운데 이런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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